매일신문

'사토라레'...내마음을 들킬까 네 마음을 엿볼까

드라마 대장금을 보던 어느 신혼부부. 화면에 넋이 나간 남편에게 아내가 묻는다.

자기, 장금이가 예뻐? 아님 내가 예뻐? 남편은 생각한다.

그게 질문이 되나? 이영애는 피부가 장난이 아니잖아… 하지만 대답은 뻔하다.

당연히 당신이 예쁘지좭 하지만 이 남편의 속마음이 아내에게 유리창에 비친 풍경처럼 선명하게 내비친다면?

사토라레란 생각하는 모든 것이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사람을 의미한다.

뇌파가 일반인보다 강력해서 텔레파시처럼 자신의 생각을 반경 50m 안에 있는 이들에게 들켜버린다.

그렇지만 그들은 생각의 독립성을 침탈당한 대신 월등한 두뇌를 선물 받았다.

사토라레는 평균 아이큐가 180 이상인 천재들이다.

또 이들이 태어날 확률도 1천만 분의 1.

사람들은 사토라레의 두뇌를 활용해 인류의 발전에 기여할 무언가를 읽어내려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토라레 주변 사람들의 협조가 필요하다.

바로 그의 생각을 들어도 듣지 못한 듯, 알아도 모르는 듯 거짓말하고 연기하는 것이다.

사토라레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1호, 2호, 3호라는 식의 닉네임으로 불리면서 평범한 주변인들의 거짓말에 속은 채 자신의 능력을 이용당하게 되는 것이다.

사토미 켄이치는 3세 때 비행기 사고를 당하면서 부모를 잃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사토라레이자 외과 의사이다.

어느 날 사토라레 특별관리위원회는 신약개발분야에서 켄이치의 천재성에 도움 받고자 하는 프로젝트를 만들고 정신과 의사 코마츠 요코를 파견한다.

하지만 사토라레의 적성을 파악하려 파견된 여성과 사토라레는 사랑에 빠지고 마는데….

◇우리는 네가 지금 생각하는 것을 알고있다-트루먼 쇼

영화 사토라레에 나타나는 한 사람을 속이기 위해 계속되는 거짓말들, 깜찍한 연기자들, 모르는 척 가식적인 내숭. 왠지 어디선가 보았던 느낌이라면? 당신의 기억 속엔 트루먼 쇼가 있다.

모두의 즐거움을 위해 엄청난 무대와 연기자들 속에서 과거조차도 조작된 채 살았던 트루먼을 기억하는가? 하지만 적어도 사토라레는 트루먼보다는 행복할 것 같다.

트루먼은 시청률밖에 모르는 거대 매스미디어에 놀아난 것이지만, 사토라레 주변인들의 거짓말은 좥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사토라레가 겪어야 할 고통과 슬픔좦에 대한 거짓말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식사를 하던 켄이치가 입으로는 좬맛있다좭고 말하면서도 속으로 맛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식당 앞에서 줄을 서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흩어지는 장면 등은 트루먼에게서 느꼈던 불쌍함과는 달리 웃음을 자아낸다.

만약 그와 사귀기라도 한다면 우리가 키스를 했는지 또 어떻게 했는지, 느낌이 어땠는지 다음날이면 병원 전체가 알게 될 거야. 하지만 이 대사는 왜 이다지도 슬픈 걸까?

◇내 마음을 들킬까? 네 마음을 엿볼까?-왓 위민 원트

생각하는 족족 타인에게 마음을 들켜야 하는 사토라레. 여성의 마음을 속속들이 엿볼 수 있는 행운아. 누가 더 행복할까? 왓 위민 원트에서는 남자 주인공이 여성의 생각을 읽게 되면서 여성들에게 매너 있고 친절한 사람으로 인정받는다.

사토라레보다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되지 않는가?

그런데 우리 삶을 되돌아보라. 우리는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남의 생각을 읽어주기보다는 누군가 내 진심을 알아주기만 기다리고, 남들이 내 본심을 몰라준다?우울해 하기만 했던 건 아닐까.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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