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빠가 읽어주는 전래동화

새끼 서 발

새끼 서 발로 장가 든 이야기 하나 할까? 옛날 옛적 어느 집에 어머니하고 아들이 살았는데, 아 이 아들녀석이 게을러터져서 허구한 날 그냥 빈둥빈둥 놀아. 장가갈 나이가 되도록 일할 생각은 않고 그냥 논단 말이야. 하루는 어머니가 들일을 나가면서 아들더러,

"얘, 이 짚으로 새끼나 좀 꽈 놔라".하고 짚 한 동을 던져 줬지. 그런데 저녁이 돼서 돌아와 보니 그 짚 한 동 가지고 달랑 새끼 서 발을 꽈 놨더래. 하루 종일 고것밖에 안 꽈 놨어. 어머니가 그만 역정이 나서,

"너 이 녀석, 그 새끼 서 발 가지고 당장 나가거라. 나가서 색시나 얻기 전에는 집에 들어오지도 마".하고 내쫓았어.

아들은 하릴없이 새끼 서 발을 가지고 정처 없이 갔지. 가다가 보니 옹기 장수가 옹기짐을 세워 놓고 앉아 있다가 새끼 서 발을 보더니 반색을 해. 마침 옹기짐 묶은 새끼줄이 끊어져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던 참이거든.

"그 새끼 서 발하고 옹기 한 개하고 바꿉시다".

그래서 바꿨어. 새끼 서 발이 옹기 한 개가 됐지. 옹기 한 개를 짊어지고 또 갔어.

가다가 보니 우물가에 웬 아낙이 깨진 물동이를 앞에 놓고 앉아 있다가 옹기를 보더니 반색을 해. 마침 물 길러 나왔다가 물동이를 깨뜨려서 울고 있던 참이거든.

"그 옹기 한 개하고 쌀 한 말하고 바꿉시다".

그래서 바꿨어. 옹기 한 개가 쌀 한 말이 됐지. 쌀 한 말을 짊어지고 또 갔어.

가다가 보니 웬 사람이 말을 몰고 오다가 쌀을 보더니 반색을 해. 마침 집에 양식이 떨어져서 말을 팔아 쌀을 사려고 나온 참이거든.

"그 쌀 한 말하고 말 한 마리하고 바꿉시다".

그래서 바꿨어. 쌀 한 말이 말 한 마리가 됐지. 말 한 마리를 몰고 또 갔어.

가다가 보니 웬 사람이 등에다 커다란 궤짝을 하나 짊어지고 가더래. 그래서 물어 봤어.

"궤짝에 든 게 뭐요?"

"색시요".

아들이 그만 정신이 번쩍 났어. 어머니가 집에서 내쫓을 때 색시 얻어 오라고 한 말이 생각나서 그렇지.

"이 말하고 그 색시하고 바꾸려오?"

"그럽시다".

그래서 바꿨어. 말 한 마리가 색시가 됐지. 좋아라고 궤짝을 열어 보니, 아이쿠 이게 무슨 변이야? 산 색시가 아니라 죽은 색시가 들어있네. 하릴없이 죽은 색시 궤짝을 짊어지고 또 갔어.

가다가 주막에 들었어. 주막 주인한테 궤짝을 맡기고 잤지. 그런데 주인이 밤에 몰래 궤짝을 열어 봤어. 값나가는 물건이 있는 줄 알고 말이야. 열어 보니 색시가 죽어 있거든. 주인은 자기 잘못으로 색시가 죽은 줄 알고, 그만 낯빛이 파랗게 질려서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

"내가 큰 실수를 했으니 부디 용서해 주고, 대신 우리 딸을 데려 가시오".

그래서 죽은 색시 대신에 산 색시를 얻었어. 죽은 색시는 장례를 잘 치러 주고, 산 색시를 데리고 집에 돌아왔지. 집에 돌아가서 어머니하고 잘 살았더란다.

이게 새끼 서 발로 장가 든 이야기야. 서정오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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