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갈피-피지못한 '살구꽃 봉오리'

지난 8월 작고한 교육자이자 국어학자인 이오덕 선생과 아동문학가 권정생(66)씨가 주고받은 편지를 한데 묶어 출간된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이 납니다'를 놓고 출판계에서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두 사람이 1973년부터 13년 동안 주고받은 편지를 묶은 이 책은 저자들의 유명세에다 편지글에 담긴 질박한 삶과 아름다운 우정으로 화제를 모았다.

신문마다 지면을 할애해 책을 소개했으며, 이 책을 통해 요즘에는 찾아보기 힘든 인간의 따뜻한 정을 느껴보려는 독자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의 출간사실이 알려진 후 권씨쪽에서 출간을 허락해준 사실이 없다며 출판사측에 회수를 요청하면서 논란이 벌어졌다.

권씨는 "출판사측에서 이 책의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들었고 '내지 말아달라'고 말했다"며 "이미 서점에 깔린 1천200부는 출판사측이 '보관'하기로 했으며 더이상 찍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책을 출간한 한길사는 "작고한 이 선생으로부터 생전 직접 둘 사이에 오고갔던 편지를 건네받았으며 교정지를 이 선생에게 보내주기까지 했으나 여러 이유로 출간이 미뤄졌던 것"이라며 "작고 후 이 선생의 측근과 유족들이 함께 출간을 진행했으며, 권씨도 이 사실을 알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출간과 관련한 양측의 계약문건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튼 출판사측은 문제가 된 만큼 시중으로 나간 책을 모두 회수하고 추가인쇄를 하지않기로 했다.

출판사 한 관계자는 "첫 인쇄된 3천부 가운데 서점으로 나간 1천200부를 회수 중이며 이 책은 출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의 진솔한 삶과 아름다운 우정을 담은 편지글의 출간은 물거품이 됐다.

이번 일은 당사자의 동의를 제대로 구하지 않고 책을 내는 우리 출판계의 풍토에 경종을 울려줬다.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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