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카드 대란'...100만명 신용 '흔들'

조마조마하던 신용카드 대란이 결국 터졌다.

LG카드의 유동성 위기로 초래된 '신용카드 대란'은 주가 폭락, 환율 급등, 채권금리 급상승을 불러일으키며 금융 불안을 가중시켰다. 내수진작을 위해 길거리에서, 지하철에서, 유통업체에서 마구잡이로 발급해주던 '누구나 카드'가 경제활동인구의 15%를 신용불량자로 내몰며 신용대란을 불러일으켰다. 타 카드사들도 겨우 유동성 위기를 모면한 LG카드 못지않게 많은 신용불량자를 끌어안고 있는 터라 '신용카드 대란'은 언제든지 재발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신용카드 무이자 분할, 한도 제한 등의 억제조치가 터지고 부터 미용성형을 받으려는 이들도 절반 가까이 줄어들어 병원이 썰렁해요". "10대 자녀가 친구들과 함께 지갑을 열어 신용카드가 적으면 창피하다며 안쓰는 카드라도 달라고 졸라댈 정도였으니 신용카드에 대해 이상한 환상(?)까지 심어준 것 같아요. 경제력이 전혀없는 청소년들에게조차 신용카드를 마구잡이로 발급해댔으니, 신용대란이 오는 것은 당연한 결과 아닌가죠". "착실하던 아들이 수천만원의 카드빚을 졌다고 해서 퇴직금으로 갚아주었어요".

신용카드 문제가 도를 넘어서더니 결국 LG카드부터 신용대란이 터져버렸다.

현금서비스는 물론 카드구매까지 어렵게 했던 'LG카드의 신용대란'은 적절치 못한 정부의 정책과 신용카드사의 무리한 회원확보경쟁 그리고 소비자의 모럴헤저드가 어우러진 피할 수 없는 결과였다.

지난해 10월부터 정부, 자산관리공사 등이 신용회복지원위원회 등을 통해 빚을 탕감해주면서 카드빚을 갚지 않고 밍기적거리는 신용불량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있다.

대구의 모 금융기관 지점장은 "정부가 (내)빚을 갚아주는데 뭐하러 애써 갚노. 한번 신용불량자 되기가 어렵지, 얼굴에 철판만 깔면 된다고 함부로 생각하는 신용불량자들의 숫자가 도를 넘어섰다"고 심각한 모럴헤저드 현상을 지적했다.

현재 국내 신용불량자 수는 35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올 6월말 현재 카드발급 수는 1억114만장으로 경제활동인구 1인당 4.4장의 카드를 보유, 99년 1.8장에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15% 이상이 신용불량자이며 이중 절반 가량은 10~30대이다.

경제활동인구 100명당 신용불량자 수는 97년 6.6명에서 올 7월 14.4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신용불량자 양산은 카드회사들의 부실을 넘어 금융불안을 초래하며, 정상적인 경제 주체를 줄게 만들어 우리 경제의 고질로 경화된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크다.

LG카드의 신용대란으로 인한 신용불량자 추가 발생 규모는 약 100만명으로 추산된다.

LG카드의 경우 대구.경북 회원 수가 117만여명으로, 이중 한달 이상 연체해 대환대출로 전환한 고객들을 포함, 신용불량의 위험을 안고 있는 경우가 25%이다. 대구은행은 정상적 신용카드 회원 61만여명 외에 가계 대출 포함 전체 신용불량자 수 5만4천500여명 중 카드 대금을 3개월 이상 연체해 신용불량자가 된 경우가 3만8천200여명에 달한다. 신용불량자 양산은 금융기관들의 부실문제를 넘어 정상적인 경제 주체들이 급격히 줄어든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크다.

90년대말 정부가 카드채 발행 한도를 자기 자본의 10배로 확대허용하면서 부터 불붙기 시작한 카드사들의 경쟁적인 고객 확보전은 신용 상태나 상환 능력에 대한 고려 없이 일단 가입시키고 보자는 식이었다. 미성년자들도 카드사마다 카드를 발급받았다.

카드회원들 역시 상환 능력을 감안하지 않고, 여러장의 카드로 '돌려막기'로 급한 불을 끄면서 높은 현금 서비스 수수료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인생을 저당잡히는 신용불량의 늪에 빠져들고 말았다. 카드빚 자살, 카드빚 살인, 카드빚 범죄는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김주현 기획조사실장은 "길거리 카드발급은 있을 수 없다. 신용 정도를 살피지 않고 무분별하게 발급한데다 방만한 경영이 유동성 위기를 자초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의 신용거래에 따른 이익 창출보다 지나치게 높은 현금 서비스 수수료 수입에 매출을 의존하는 안일한 경영을 벗어나지 못했다. LG카드 대구지점의 경우 월 매출액의 65% 이상이 현금서비스 수수료 수입이며 다른 카드사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LG카드 대구지점 문상인 지점장은 "카드사들이 과도한 경쟁 상태에서 현금 서비스 수수료 수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등 반성할 점이 많았다"며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통해 현재의 위기를 벗어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사진:'카드 대란'은 정부와 카드사의 무리한 정책과 방만한 경영, 고객들의 무분별한 카드 사용이 빚어낸 결과라는 지적이다. 사진은 25일 대구시내 한 업소에서 카드로 요금을 결제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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