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는 부끄럽지도 않은가
대낮, 바람과 몸 섞으며 깔깔댄다
엿보던 마음 한눈 파는 사이
잠깐 얼굴 붉히더니, 어느 새
한꺼번에 홀딱 벗어 버렸다.
저 부러운 당돌함, 나는 오히려
장롱 깊이 넣어둔 옷 한 벌 더
꺼내 입는데, 당당한 은행나무 향해
숨겨야 할 세상 하나 더 껴입는다.
김호진 '11월'
김호진은 참 정이 많은 시인이다.
그냥 이웃집 아저씨 같은 인상으로 사람들을 맞는다.
그는 탑리라는, 부르기도 정겨운 곳에서 약국을 하고 있다.
하루 종일 지나가는 사람을 살피면서 사람 사는 삶과 가까워져 있다.
그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또 자연에서 인간을, 인간에서 자연을 노래하고 있다.
이 시에서도 가로수의 옷 벗음과 나의 옷 입음을 연결시켜 계절의 변화를 말하고있는데 이런 기법은 그만이 가진 독특함이다.
서정윤(시인.영신고 교사)
댓글 많은 뉴스
'박정희 기념사업' 조례 폐지안 본회의 부결… 의회 앞에서 찬반 집회도
법원장회의 "법치주의 실현 위해 사법독립 반드시 보장돼야"
李대통령 "한국서 가장 힘센 사람 됐다" 이 말에 환호나온 이유
李대통령 지지율 50%대로 하락…美 구금 여파?
김진태 발언 통제한 李대통령…국힘 "내편 얘기만 듣는 오만·독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