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의 공연장 이것이 문제다(4)-대중문화엔 높은 문턱

대구의 공연장 인프라가 매우 많이 확충됐지만 대중가수 콘서트와 연극, 뮤지컬 등 대중과 친숙한 공연은 무대를 구하기가 여의치 않다.

흥행이 매우 중요한 요소일 수밖에 없는 대중 공연의 특성상 공연장의 객석 수와 입지는 공연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요소인데, 무대 공간 환경은 척박하기 그지없는 것이다.

현재 대구에서는 거의 모든 대중음악 콘서트가 경북대 대강당과 시민회관 대강당에 편중되고 있는데 그 주된 이유는 좌석의 수 때문이다.

콘서트를 열기 위해서는 최소 3천500만원에서 많게는 억대의 비용이 드는데 최소 1천500석이 넘어야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는 것이다.

다른 대부분 공연장들은 객석 수가 1천석 미만이거나 입지가 매우 나쁘며, 아예 대중공연에는 문호를 개방하지 않는 곳도 있다.

대관료에서도 대중 공연은 차별을 받고 있다.

대구시가 운영하고 있는 공연장의 경우 대관료로 입장수입금이 기본 대관료를 넘으면 주최 측이 수입금의 10%를 지불해야 한다.

성우기획 배성혁 대표는 "대구에 비해 부산에서 큰 대중공연이 많이 열리는 이유는 KBS공개홀(3천석), 부산문화회관(1천900석) 등 대형홀이 많고 대관료가 저렴하기 때문이며 입장 수익의 10%를 부담해야 하는 불이익도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음향 여건이 최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대구의 공연장은 그래도 클래식 공연을 하는데 큰 무리가 있는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음의 증폭과 현란한 조명이 필요한 대중가수 콘서트나 뮤지컬, 연극을 공연하기에는 설비가 미비하다.

상당수 공연장들은 조명과 음향 기자재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으며 전기 용량도 부족해 극적인 무대 효과를 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조명과 음향시스템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전문인력도 일부 대형 공연장을 제외하고는 갖춘 곳이 거의 없다.

인터넷 동호회 '연극사랑 사람사랑'의 김창수 시삽은 "시민회관과 경북대 대강당은 연극.뮤지컬 공연에는 부적합한 공연장"이라며 "뮤지컬의 경우 와이어리스 마이크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음향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전달력이 떨어지며 시민회관의 경우 2층에서는 소리가 약하게 들리고 조명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시립극단의 한 관계자는 "대구에서는 한 작품을 장기적으로 무대에 올릴 만한 연극전용 소극장이 민간 소극장을 제외하고는 별로 없다"면서 "대구에 소극장이 5개 정도는 더 있어야 하며 기존 시설도 조명.무대 부분에 리모델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화 소비층이 넓은 장르인 대중적 공연과 연극.뮤지컬이 순수예술에 비해 공연장 인프라 여건 등 문화정책에서 소외를 받고 있는 것은 대구시의 문화 정책이 아직 '공급자' 지원에 무게 중심이 쏠려 있음을 증명한다.

대구의 공연장들은 시민들의 문화 소비욕구와는 거리가 있는 소수 예술계 인사들의 발표회와 같은 이른바 '그들만의 무대'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오페라하우스의 경우 연간 운영비로 수십억원의 세금이 투입되고 있지만 정작 오페라 예술을 향유하는 인구는 몇명이냐. 이는 기회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연출가이자 경주문화엑스포 기획실장인 이필동씨는 "획일화로만 치달은 나머지 대구의 적지 않은 공연장이 지어놓고 활용되지 못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며 "막대한 예산을 들였다면 많은 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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