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라는 감정은 어디서부터 연유하는 걸까. 그 무엇이 우리를 긴장시키고, 두렵게 하는 것일까". 오페라 '리어왕'에 나오는 주인공이 내뱉는 독백 한 토막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공포지수는 '여객기 내에서 추락 위기에 놓였을 때'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테러' '전쟁이 터졌을 때' '암흑 천지에 갇혔을 때' '느닷없이 암 선고를 받았을 때'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지만, 우리도 사정이 별로 다르지 않을 게다.
게다가 젊은이들은 요즘 '머나먼 취업' 때문에 한동안 이들 사이에 자조적으로 떠돌던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현상마저 그 항목에 보태지는 건 아닐는지….
▲우리는 어쩌면 날이 갈수록 '두려움의 문화'에 익숙해지고, 의식 자체가 체질화돼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떤 디지털잡지는 두려움의 문화로 먹고사는 '공포 사업'에 주목하면서 침체된 경제 상황에도 호황이라고 전했다.
하긴 이미 오래 전의 그림도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로 공포 분위기를 극대화한 덕분에 미술사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면서 걸작으로 평가되기도 하지 않았던가.
▲핏빛 하늘, 유령이 튀어나올 것 같은 배경, 동그랗게 뜬 눈과 홀쭉한 뺨으로 공포에 떨고 있는 인간, 외마디 비명이 들리는 듯한 분위기…. 노르웨이 출신 화가 뭉크(1863~1944)의 대표작 '절규'는 19세기말 상징주의 결정판이자 20세기 표현주의 화풍에 큰 바람을 일으켰다.
'현대인의 정신적 고뇌' '생의 공포' '산업화에 대한 비판' '인간 내면의 절망적 심리상태'라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독일의 일간지 '빌트'는 "기존의 이러한 해석은 매우 잘못이며, 작품 탄생에 얽힌 수수께끼가 풀렸다"고 보도해 화제를 낳고 있다.
이 신문은 미국의 천문학자 도널드 올슨의 새로운 해석을 인용하면서, 1983년 8월 27일 인도네시아의 섬 크라카타우에서 대규모 화산이 폭발해 이로 인한 해일로 3만6천여명이나 사망했으며, 마그마와 화산암이 뭉크가 살고 있던 노르웨이에서도 관찰돼 그 참상을 10년 뒤 화폭에 옮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잘 알려져 있듯이, 뭉크는 평생 고통.죽음.불안 등을 주제로 강렬한 색채와 극단적이고 과장된 표현 방법을 주로 구사했던 화가다.
그런데 이번 '빌트'의 주장대로 '절규'가 당시의 자연 재해를 그림으로 형상화한 게 사실이라면 평가도 달라질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이 소식을 들으면서 조금 엉뚱한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지만, 두려움과 공포의 문화는 멀어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해진다.
그 문화는 끊임없이 근거 없는 불신과 적대감을 조장하고 파국을 재촉하는 '무서운 흉기'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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