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POS 시스템 판매 김형덕씨-기업서 외면한 '동네식당'정복

POS(Point Of Sales:매출.직원관리 등을 수행하는 전산 프로그램) 시스템 전문업체인 '테크노 C&C'를 운영하는 김형덕(30)씨. 그는 같은 또래 젊은이들 대다수가 꿈도 못 꿀 월 1천만원대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김씨는 1999년 여름 대구 신암동의 한 1층 상가에 사무실을 낸 뒤 '돈버슈 2000'이란 이름의 POS시스템을 개발, 현재 월 5천여만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직원만 6명. 중소규모 식당은 물론, 대형 영화관까지 김씨가 만든 POS기기를 도입했다.

김씨가 POS시스템 및 기기를 판매, 사후 관리하고 있는 업소만 모두 230여곳. 판매수익뿐만 아니라 관리를 통해 얻는 이익도 만만치 않다.

대구.경북지역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수요가 발생, 최근 부산과 순천지사를 만들었다.

내년엔 대전지사를 열 예정이다.

그는 창업전 '틈새시장'을 노렸다.

'컴퓨터 기술'이 아직 파고들지 못한 중소식당을 헤집고 들어간 것.

"제가 알고 있는 컴퓨터 기술을 응용하려 하는데 쉽지가 않더군요. 웬만한 아이템은 모두 응용되고 있었어요. 그런데 밥을 먹으러 다니다보니 온 세상이 컴퓨터 천국인데 식당만은 예외였어요. 드르륵 문을 연 뒤 돈을 넣고 빼는 금전관리기가 전부였죠. 장사를 끝낸 뒤 밤새도록 하루 매상을 계산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그 순간 식당에 컴퓨터를 도입하는 사업을 생각했죠".

개업 직후엔 고전했다.

식당 주인들이 POS를 이해하지 못했다.

공들여 '돈버슈 2000'을 만들었지만 사가는 사람이 없었다.

옛날 방식을 고집하는 업주들이 대다수.

월 3만원만 받고 임대해 사용토록 하는 등 '일단 써보라'식 마케팅을 했다.

그 다음엔 AS였다.

새벽 1시에 식당 주인이 작동법을 모르겠다며 전화를 걸어와도 현장으로 '출동', 궁금증을 풀어줬다.

결국 창업 1년여 만에 '돈버슈 2000'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매출이 오르기 시작, 김씨의 가게는 날개를 달았다.

김씨는 이제 청년실업가가 됐지만 창업 직전엔 청년실업자였다.

1998년 2월 대구대 제어계측학과를 졸업했지만 일자리가 없어 졸업식날 '백수 신세'가 됐던 것.

"기업체에 원서를 50곳 가까이 냈지만 모두 낙방했습니다.

당시엔 외환위기가 터져 편의점 아르바이트 자리조차 얻기 힘들었습니다.

편의점에 가보면 그 곳에도 원서가 수십장씩 쌓여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졸업하고 백수가 되니 정말 참담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는 절망하다못해 '젊은이에게 희망을 달라'라는 내용의 글을 통신에 올렸고 이 글을 본 한 컴퓨터 대리점 사장이 김씨를 채용했다.

"컴퓨터에 관한 이론 지식은 있었지만 실무는 잘 몰랐거든요. 그 곳에서 컴퓨터 AS업무를 보며 실무를 익혔습니다.

낮엔 일을 하고 밤엔 거래처인 교동시장에 찾아가 그 곳 직원들에게 떡볶이와 만두를 사주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깨쳤습니다.

그리고 이런 실무지식을 바탕으로 제 사업을 벌였습니다".

김씨는 청년 실업자들이 사회가 자신을 평가하도록 내버려두면 안된다고 했다.

이 사회의 기업들이 자신을 뽑아줄 때까지 기다리느니 차라리 내가 사회를 마음대로 재단할 수 있도록 길을 찾자는 것이다.

"자신을 먼저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내 적성을 먼저 파악하고 적성에 맞는 현장에서 밑바닥부터 훈련을 쌓으면 못 할 일이 없습니다.

낮은 곳으로 내려갈 수 있는 용기가 없는 사람들은 밝은 미래를 꿈꿀 자격이 없습니다".

김씨는 POS시스템을 넘어 향후엔 식당의 자재비 증가 요인 등도 잡아 낼 수 있는 경영전산화 시스템 구축까지 생각하고 있다.

그는 이를 위해 외식업 강좌도 수강하고 경영컨설팅 공부도 한다.

김씨는 자신의 사업영역에서 최고가 되겠다고 했다.

053)943-5119.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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