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계부 '찬밥'신세

연말연시마다 주부들의 손길을 사로잡았던 가계부가 올해는 외면당하고 있다

지난 80, 90년대만 해도 주부 필수품으로 알뜰살림의 길잡이 역할을 했던 가계부가 최근 몇년간 계속된 경기침체 때문에 가정경제가 흔들리면서 아예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는 것.

예전에는 콩나물값 등 반찬값을 아껴 모은 돈으로 새 통장을 만들기도 했지만 지금은 아끼려고 해도 워낙 초긴축 가계를 꾸려나가기 때문에 아낄 거리 자체가 없다는 것이 주부들의 한목소리다.

연말연시면 가계부와 달력을 인쇄해 주부 고객에게 무료로 나눠주던 금융권도 가계부 사용 주부들이 거의 없어지면서 2, 3년 전부터 아예 가계부 인쇄를 중단했다.

우리은행 포항지점 김원식(50) 지점장은 "최근 몇 년 사이 가계부를 찾는 주부 고객이 사라지면서 가계부 인쇄를 하지 않고 달력만 찍어 나눠준다"고 말했다.

대형서점인 포항문고의 경우 가계부 매출이 하루 평균 3권 미만에 불과하다.

그나마 주부들도 여성잡지를 구입하면서 부록으로 딸린 가계부를 들고 갈 정도에 불과하다.

주부 김유나(33.포항시 오천읍). 박지연(36.포항시 창포동)씨는 "몇 년 전만해도 가계부를 기록하며 쓸데없는 지출을 억제하는 등 한 푼이라도 아꼈지만 지금은 가계부를 써가며 아낄 여력도 없다"고 푸념했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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