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를 알아주는 이가 드물구나
오늘의 한자:路:길 로. 少:적을 소. 知:알 지. 音:소리 음. 典:법 전. 泰:클 태. 病:병 병.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면 한시(漢詩)나 한문(漢文)을 해석함에 있어서 전고(典故)를 알지 못해 엉뚱한 방향으로 풀이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신라 말기의 대학자였던 최치원(崔致遠:857~?)의 '秋夜雨中(추야우중)'이란 시의 두 번째 구(句)에 "세상에 나를 알아주는 이가 드물구나'世路少知音(세로소지음)'"라는 구절이 보인다.
여기에서 지음(知音)을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알 지[知]', '소리 음[音]'이 된다.
그래서 '알다'라는 뜻과 '소리'라는 뜻을 합쳐 '소리를 안다'라고 풀이할 수 있겠는데, 만약 이렇게 풀이하게 되면 시의 뜻을 전혀 이해할 수 없다.
춘추 시대(春秋時代), 거문고의 명수(名手)로 이름 높은 백아(伯牙)에게는 그 소리를 누구보다 잘 감상해 주는 종자기(鐘子期)라는 친구가 있었다.
백아가 거문고로 높은 산과 큰 강의 분위기를 그려내려고 연주하면 옆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던 종자기가
"우와, 멋진 걸. 하늘 높이 우뚝 솟는 그 느낌이 마치 태산(泰山)같아".
"음, 정말 좋아. 넘칠 듯이 넘칠 듯이 흘러가는 그 느낌이 마치 황하(黃河)같아"라고 감탄사를 연발하곤 했다.
두 사람은 그토록 마음이 통하는 연주자였고 청취자였으나 불행하게도 종자기가 병으로 먼저 죽고 말았다.
그러자 백아는 슬픔이 깊은 나머지 거문고의 줄을 끊고 다시는 연주하지 않았다고 한다.
여기에서 '마음이 통하여 연주를 하고 그 연주소리를 알아주는 이, 자기의 속내까지 알아주는 친한 벗'이라는 뜻의 지음(知音;음을 알다)'의 고사(故事)가 나온 것이다.
이처럼 '지음(知音)'이라는 뜻을 알고 나면 '世路少知音'을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다.
'세상에 나를 알아주는 이가 드물구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진정한 벗이 몇이나 있을까라고 자문(自問)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김상규(대구 청구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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