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국을 넘자(3)-대구.경북 섬유/(중)현지 상권분석

ı 현지 상권 분석

대구경북 섬유업체들이 중국에서 성공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은 중국 섬유산업과 내수시장부터 철저히 분석하는 것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대량생산체제와 현지 상권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지역 섬유업체들의 '대중투자'는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 중국섬유는 '크다'

중국 최대 폴리에스테르 직물산지인 샤오싱(沼興)시 빈해공업개발구내 (주)KE 염색공장. 지난해 11월 준공해 10만평 부지에 텐터 3대, 나염기 4대를 갖춘 이 업체는 설립 첫 달에만 50만 야드의 폴리에스테르 원단을 염색했다.

12월엔 250만 야드를 사뿐히 돌파했고 이달엔 500만 야드가 목표다.

이 정도 규모면 대구 염색공단에선 가장 큰 회사축에 끼이지만 빈해공업개발구에선 오히려 가장 작은 업체 중 하나다.

지역 대부분의 염색업체가 텐터 1, 2대를 보유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이 일대엔 50~60대의 텐터 설비를 갖춘 기업들도 적잖다.<

더욱이 KE 인근엔 2, 3배 규모의 염색공장만 25개가 신축 공사를 진행중이었다.

제직, 염색, 원사 업체뿐만 아니라 섬유 원료인 TPA 공장도 속속 준공을 서두르고 있다.

원료에서 염색까지 모든 섬유 공정의 '원스톱 시스템'을 마련한 것이다.

빈해공업개발위원회 왕창콴 부주임(부위원장)은 "우리의 목표는 세계 최대의 섬유 집적 단지를 건설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15년안에 한국, 일본은 물론 미국, 유럽을 능가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2. 중국섬유는 '젊다'

샤오싱시 커차우(佳橋) 부근 상성화섬. 샤오싱 5대 원사업체 중 하나로 가연기만 120대를 갖춘 이곳의 총경리(대표이사)는 뜻밖에도 32세의 첸궈쌍. 우리나라 같으면 잘돼야 과장 정도의 나이에 대그룹 총수로 맹활약 중이다.

샤오싱 섬유업체 사장들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30대의 그들은 인근 칭방성 시장에서 원단장사로 자수성가해 샤오싱시의 전폭적 지원아래 섬유 공장까지 설립했다.

샤오싱 5대 니트업체 중 하나로 환편기만 200대를 보유한 채홍장 총경리 마건신(39)과 샤오싱 최대 폴리에스테르 제직업체인 천룡그룹 조한우(38) 총경리는 샤오싱 섬유의 미래를 밝혀주는 젊은 인재들이다.

젊은 현장 인력 또한 중국섬유를 이끌어가는 큰 힘이다.

대구 염색공단이 3D 기피에 따른 인력 부족으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과 달리 샤오싱내 섬유공장엔 젊은 인재들이 몰리고 있다.

샤오싱 10위권 폴리에스테르 제직업체인 남방그룹 쉬순씽(47) 총경리는 "대졸사원인 현장관리직을 포함해 생산인력 600명 전원이 20대 초.중반"이라며 "샤오싱 청년들은 외자기업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임금에도 불구하고 전망이 밝은 섬유업종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3. 중국섬유는 '싸다'

상하이시 화이하이루(匯海路) 홍콩신세계 백화점에서 시내 쪽으로 300여m를 걸어 도착한 '짜더' 시장. 가짜 제품들의 천국으로 불리는 이곳은 시장 입구부터 수많은 인파로 늘 북적거린다.

귀에 낯익은 일본어, 한국어에다 파란눈의 서양인들까지 상하이를 방문한 외국인들이라면 반드시 한번 찾는 곳이다.

폴로, 루이뷔통, 페라가모, 구찌, 토미 힐 피거 등 세계적 명품들이 실가격의 수십분의 1 수준에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취재팀이 들른 한 가게는 머플러, 손수건, 스카프 등 여성용 잡화를 판매하는 곳. 언뜻 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피에르 가르뎅 머플러를 집어들자 가게 주인은 100% 캐시미어로 만든 최고급 제품이라며 단돈 50위안(7천원)에 팔겠다고 흥정을 걸어왔다.

하지만 이 가게 제품들은 주인 기분만 잘 맞추면 최고 10위안까지 깎을 수 있는 가짜. 취재진을 안내한 서도산업 김재걸 대표는 "상상을 초월하는 대량생산체제는 더 많은 가짜 제품들을 낳았다"며 "중국에서 진짜라고 믿고 살 수 있는 제품들은 최고급 대형 백화점에서나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4. 고부가 제품 생산과 철저한 시장 분석만이 살 길

'초 대량 생산체제'에 젊고 싸기까지한 중국 섬유시장에서 대구.경북 섬유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뭘까. 지역 서도산업은 고부가와 철저한 시장 분석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서도산업은 한국에서도 갓 출시된 최고급 제품들로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 3월 이후 난징루, 화이하이루, 쉬자후이 등 상하이 신.구 상권 분석에만 9개월을 매달린 결과 중.저가 제품들은 아무리 질이 좋아도 토종 업체들의 살인적 가격 공세를 당해낼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서도산업이 상하이 최대 번화가인 난징루(南京路)대신 화이하루 홍콩신세계 백화점에 첫 매장을 오픈한 것도 난징루엔 중.저가 제품 시장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 난징루는 아직까지도 현지 토종 시장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곳으로 이곳에 명품 시장이 토착화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내버스, 고속버스, 지하철역, 기차역 등이 밀집한 천목로에 상하이지사를 설립한 이유도 이곳이 상하이내 모든 시장과 연결되는 교통중심지였기 때문이다.

김재걸 대표는 "중국시장 진출엔 반드시 척후병이 필요하다"며 "단순한 시장 분석뿐만 아니라 인사. 재정. 법률 등 모든 투자여건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샤오싱.상하이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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