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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순정의 여인 솔베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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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노르웨이 대사관에 전화를 걸면 담당자를 연결할 때까지 흐르는 음악이 있다.

바로 그 유명한 솔베이지의 노래다.

북국의 청정한 우수가 서려 있는 이 노래는 아리랑이 우리나라를 대표하고 노예들의 합창이 이탈리아를 대표하듯이,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명곡이다.

노르웨이는 환상적인 색채를 수놓는 오로라, 산과 폭포, 빙하와 피오르드 등 자연 절경의 대 파노라마의 연속이다.

노르웨이인들은 비옥한 토지를 찾아 국외로 진출, 다른 지역을 차례로 침범한 바이킹의 후예들이다.

콜롬버스보다 한발 앞서 서기 1000년경에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기도 했다

민화집에 나오는 내용을 참고로 대문호 입센이 쓴 '페르 귄트'는 그리그에 의해 음악으로 꽃을 피운 셈이고, 솔베이지의 노래는 그 안에 나오는 감동적인 걸작이다.

주인공 페르는 바이킹의 후예여서인지 가만히 지내지 못하고 탐험과 방황, 도전의 삶을 살았다.

어머니와 둘이서 가난하게 지내고 있던 그는 농사일보다 총과 낚싯대를 메고 스키를 타며 고향의 산천을 바람처럼 누비며 지냈다.

그는 솔베이지라는 장래를 약속한 청순한 연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남자의 신부를 빼앗아 산 속으로 달아나는가 하면 평생을 모로코 아라비아 미국 등으로 부와 모험, 세속적인 환락을 쫓아 유랑 생활을 했다.

이러한 페르가 어느덧 늙어 무일푼으로 귀국했을 때 백발이 된 솔베이지는 오두막에서 옷감을 짜며 아직도 그의 귀향을 기다리고 있었다.

늙고 지친 페르는 그녀를 껴안고 그대의 사랑이 나를 구해 주었다고 말하나 피곤에 시달린 그는 솔베이지의 무릎에서 그녀가 노래하는 상냥한 자장가를 들으며 숨을 거둔다.

이 노래는 고향에서 그러한 남편을 평생 애타게 기다리는 순정의 여인 솔베이지의 애련함이 가슴을 적시는 노래이다.

마치 우리나라 조선시대의 구구절절한 사부곡(思夫曲)을 대하는 기분이다.

페르 귄트 농장의 옛집에 다다르면 지금도 페르를 애타게 기다리는 이 노래가 들리는 듯하다.

노르웨이! 천혜의 자연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오염이 덜된 나라, 거기에 순정의 여인이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 이동활(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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