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詩와 함께 하는 오후

바라만 보아도 겨웠던 설레임

후회 없이 마르는 잎, 사랑의

투박한 흔적, 넓게 드리워

노랑 그리움의 날들은

까맣게 영글어

차마 삭이지 못한 멍울 접으며

고개 숙이고 서있다.

사랑하는 이를 보낼 수 있어도

사모하는 이 돌아서지는 못한다.

황인숙 '해바라기의 연가' 부분

황인숙 시인은 첫인상이 매우 단정한 모습을 보이는 시인이다.

이 시는 사랑하는 사람이 떠날 때 눈물로 보낼 수는 있어도 사모하는 사람을 내가 차지하지 못한다고 해서 마음을 돌려 돌아서서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는 없다는 것을 해바라기에 비유해서 적고 있다.

전통적인 한국 여인의 마음 곧 먼저 가서 사랑한다고 고백하지 못하고 뒤에서 지켜보고만 있는, 그 사람이 나에게 와 주기만을 기다리는, 그런 마음을 잘 표현한 시이다.

서정윤(시인.영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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