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병옥-조순형...50년 이은 '대구 인연'

내리 5선을 한 서울 강북을구를 떠나 대구 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조순형(趙淳衡) 대표는 대구와는 각별한 인연이 있다.

선친인 유석(維石) 조병옥(趙炳玉) 박사가 지난 53년 5월20일 3대 총선에서 한국 정당사상 첫 야당으로 기록된 민주국민당(민주당의 전신) 후보로 대구 을선거구에 나와 당선된지 꼭 50년 만에 조 박사의 차남이 대구에서 '조병옥 신화'의 재현을 노리게 된 것이다.

충남 천안 출신인 조 박사의 대구 출마는 당시 대구를 대표하는 정치인이자 더 나아가 대한민국 혁신세력의 상징적 인물이었던 동암(東庵) 서상일(徐相日)의 출마 권유와 물심 양면의 지원 약속 때문이었다. 서상일은 당시 조 박사의 출마를 권유하면서 "연설만 하라.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당선을 자신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서상일은 그 전 해에 발생한 이 대통령 저격미수사건에 연루돼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출마 자격이 정지된 상태에서 50년 2대 총선과 52년 충남 공주을 선거구 보궐선거에서 거푸 고배를 마신 조 박사를 대구에 불러 자신의 '대 이승만' 대리전을 부탁했던 것.

조 박사 역시 6.25 당시 내무부장관으로서 '대구사수론'을 주장해 대구를 살린 인물로 대구 사람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줘 출신 지역이 다르다는 편견으로 별다른 어려움은 겪지 않았다. 오히려 대구 사람 이상의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여기에 경상북도 도경국장을 1년 지낸 뒤 경북도지사를 1년반 동안 역임한 조재천(曺在千) 변호사 역시 민국당 후보로 달성군에 출마했고 화가로서 계성학교와 교남학교(대륜중고의 전신)에서 교편을 잡았던 서동진(徐東辰)씨까지 민국당 바람 조성에 가세한 것도 조 박사 당선에 일조했다.

조 변호사 역시 전남 광양 출신이지만 대구사범 감습과 3회 졸업생으로 수석 졸업자였다는 점이 큰 밑천이었다. 결국 3대 5.20 총선 당시 대구의 갑.을.병 3개 선거구에서 당선된 사람 가운데 대구 출신은 서동진 후보 한 사람 뿐이었고 조 박사나 조 변호사는 충청도와 전라도 출신이었다.

또한 당시 민국당 후보 당선자 15명 가운데 3명을 대구권(대구 2, 달성 1)에서 당선시키는 기염을 토해 대구가 명실상부한 '반 이승만', '반 독재'의 도시, 야당 도시라는 칭호를 얻게 된 것도 3대 총선 때였다.

(정영진 "선거는 춤춘다", 이영석 "야당 40년사" 참조)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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