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논단-북한은 왜 미국사절을 초청했나

6자회담의 차기회담이 불투명한 현시점에서 북한은 미국의 일부 인사들을 비공식사절의 형식으로 북한을 방문하도록 초청하였다.

미국 인사들 중에는 과거 국무성 대북 대사와 핵 연구소 소장이 포함되어 있었고 그들은 영변 핵시설을 시찰하고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부상 이하 북한 관리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미국 정부는 이들 사절단이 정부와 교감을 가지고 떠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였고 사절단 중 전 국무성 프리차드 대사가 방북 후 부시 정부의 대북 정책을 강력히 비판한 것을 보면 북한은 정부와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을 의도적으로 포함시켰다.

북한이 무슨 목적으로 이들을 불렀으며 미국이 이들의 방문결과를 어떻게 보는가가 우리들의 초미의 관심사다.

필자가 볼 때 북한의 목적은 다음의 두 가지 중 하나로 해석된다.

미국에게 추파를 보내기 위해 사절을 초청했을 수도 있고 미국을 협박하기 위하여 사절을 초청했을 수도 있다.

이번 사절단은 방문이후 처음에는 극도로 말을 조심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귀국 후 그들의 방문결과를 밝히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결과는 미국에 대한 협박이 6할이고 추파가 4할이다.

우선 북한과 같은 나라로서는 상당히 고단수의 외교라고 아니할 수 없다

부시 정권과 같은 정부에게 협박의 성격을 띤 외교를 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위험한 수를 두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미 사절단의 방북 이후 미국 국무성이 보인 온건한 반응을 볼 때 북한 외교의 수준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북한은 미국 사절단에게 그들이 심각하게 핵무기를 만들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확증도 없이 핵무기를 만들 것이라는 심증만으로 이라크를 군사적으로 침공한 미국에게 북한은 핵 억제력을 위하여 플루토늄을 만드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한 것이다.

그러면서 지난번 미국과 일대 대치상태로 이끈 우라늄 농축에 관하여는 그러한 계획이 없다고 후퇴하였다.

말하자면 미국과의 신의를 배반하지 않았고, 따라서 미국이 제네바 합의를 중단시킨 것은 잘못이었다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스스로 인정한 2002년 회담의 기록까지 점검했으나 그 당시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확실히 시인한 것으로 재확인하였다.

우라늄 농축을 부인한 북한의 속셈은 우라늄 농축 문제를 앞으로 미국과의 교섭에서 빼기를 원하며 우라늄 농축이 빠진 후의 미국과의 교섭은 한결 쉬워질 것을 기대한 것이다.

이제 판단은 미국이 할 차례다.

즉, 폐연료봉을 북한이 어느 정도 재처리했으며, 만일 상당량이 재처리되었다고 가정할 때 어느 정도의 플루토늄으로 핵무기를 만들었는가 하는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이미 만들었거나 곧 만든다고 가정할 때 미국은 이를 보고만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의 메시지를 받은 미국은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발언을 통하여 북한의 협박에 대하여 오히려 타협적인 입장을 취하였다.

부시 대통령도 연초 대 의회 연설시 북한을 비난 하면서도 북한의 케이스는 이라크와 다른 방법 즉, 외교적 방법을 통하여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그렇다고 미국이 차기 6자회담을 서두르는 인상도 없다.

이로부터 유추할 때 미국은 북한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아직 시간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판단의 기저에는 플루토늄 추출이 핵무기 제조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북한이 우려하는 것은 북핵 교섭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지나서 부시 대통령이 재선된 후에 이루어지게 되면 미국은 북한과 힘의 우위에서 북핵문제를 다루게 되며, 그 때에는 미국으로부터 핵 포기 대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우려가 바로 미국의 희망 사항이 될 수도 있다

이번 미국 사절단의 초청과 이에 따르는 협박으로 북한은 점차 고수위의 핵카드를 쓰고 있다.

미국은 이 다음에 열릴 6자 회담시 그들의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이나 서두르는 기색은 없다.

미국으로서는 이라크를 무력으로 친 다음 북한에게는 보상을 하면서 외교적으로 봉합한다면 대선에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양자의 신경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종하(서강대 교수.전 외무장관)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