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국민 작가' 빅토르 위고는 다작으로 유명하다.
아침마다 시 100행이나 산문 200장을 썼다고 한다.
"말이란 동사(動詞)이며 동사는 신(神)이다"라고 했던 그는 언어의 천재답게 시인.소설가.극작가로 활동한 19세기의 '전방위 문인'이었다.
소설 '레 미제라블' '노트르담의 곱추' 등이 유명하지만,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시를 썼다.
"내게 제왕의 홀(笏)이 없는 게 무슨 상관이더냐. 내게는 펜이 있다"고 했던 프랑스의 계몽 사상가 볼테르도 장르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엄청난 양의 작품을 낳았다.
아무 때나 어디서나 누구보다 빨리 써낼 수 있었고, 그래서 많은 펜이 필요했다.
▲세계적인 명성을 날린 경우는 다작작가가 많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해야 많이 쓸 수 있다는 논리도 가능하다.
그러나 다작에 대한 논란도 없지 않다.
위고는 '대중에 영합하는 다작의 통속소설 작가였고, 인격적으로도 허장성세가 심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으며, 사르트르는 볼테르를 '자기와 상관도 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라고 긍정적이면서도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정의를 한 바 있다.
▲한국현대문학 100여년의 '다작왕'은 소설가 방인근, 시인 조병화, 평론가 김윤식으로 집계됐다.
서울대 권영민 교수 등 100여명이 연구.집필해 내달 초 출간 예정인 '한국현대문학대사전'(서울대출판부)에 따르면, 1896년 '독립신문' 창간 이후 2000년까지 주요 작가 1천여명의 작품 목록과 해설, 관련 평론.연구서.서지를 바탕으로 소설.시집.희곡집.비평서 등을 정리한 결과 이 같이 밝혀졌다.
▲소설가로는 방인근의 작품집 69권 출간에 이어 정을병(57) 이병주(56) 정비석(54) 한승원(53) 최인호(52) 이청준(46) 김홍신(44) 등이 다작을 기록했으며, 시인은 조병화(93) 고은(44) 황금찬(41) 김남조(36) 서정주(32) 박두진(29) 신동집(26) 김춘수(25) 등의 순이다.
평론가는 김윤식(84) 이어령(63) 조동일(48) 전규태(42) 권영민(33) 김용직(24) 김현(23) 조연현(17), 극작가는 유치진(12) 하유상(9) 오태석(8) 차범석(8) 이강백(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시인은 1인당 평균 2.67권의 시집을, 소설가는 3.91권의 소설을 낸 데 비하면 실로 놀랄만한 다작들이다.
중국 송나라 때의 구양수는 사람이 사람의 모양을 갖추려면 '다독 다작 다상량 (多讀 多作 多商量)' 등 이른바 삼다(三多)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많이 헤아려 생각하는 일(多商量)'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우리 문학의 양적인 성장, 다작을 통한 작가들의 저력 과시를 추호도 폄하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우리 문학의 질적인 도약은 지상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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