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청을 찾는 사람들에게 정문 앞 텐트농성장은 이제 낯익은 풍경이 됐다. '장량택지지구 개발사업 백지화'를 내건 텐트농성장이 들어선 지 벌써 1년9개월째. 한국주택공사 경북지사(이하 주공)가 추진하는 포항시 북구 장량동 장량택지개발사업에 대해 지주(地主)들이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최근 주공은 사업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며 '토지보상협의회'를 구성해 줄 것을 포항시에 요청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지주들은 여전히 "사업 백지화가 아니라면 현실가 보상을 하라"는 당초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사업진행 과정 및 양측 입장, 쟁점 등을 짚어본다.
◇진행과정 및 지주들 주장
주공은 지난 96년 10월 포항시가 서민 임대아파트 공급을 요청하자 98년 6월 1차로 7만평, 99년 2월 2차로 14만4천평에 대해 건설교통부에 장량택지개발 예정지구 지정을 건의(도표 참조)했다. 포항시는 건교부 지정고시에 앞서 98년 9월과 99년 3월 2차례에 걸쳐 주공측에 '저소득층을 위한 서민 영구임대주택 위주로 건설함이 좋을 듯'이란 의견을 보냈다.
그러나 지주들은 "주공 건축계획에는 서민용 영구임대아파트만 있는 게 아니다"며 "땅장사를 하려는 주공 속셈을 포항시가 알면서도 허위의견서를 보내는 등 동조했다"며 비난하고 있다. 지주들은 당초 이 사업의 목적이 '서민아파트 공급'보다는 '인근 환호주공아파트 재개발 사업의 손실분 보전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사업성이 불투명해 시공사가 몇차례나 바뀌는 등 골치를 썩이던 인근 환호아파트 재개발 사업을 주공이 떠맡는 대신 장량택지개발로 손실분을 보존하기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같은 사업추진 배경에는 포항시와의 정치적 이해관계도 작용했던 만큼 현실가 보상 없이는 자신들만 일방적으로 손해를 볼 수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지주들은 '현실가 보상'이 어렵다면 자신들이 토지구획정리조합을 구성, 직접 택지개발을 하겠다는 안까지 내놓았다.그러나 주택공사는 원활한 사업 추진과 저렴한 임대 주택 공급 등을 이유로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세룡 장량택지개발반대 추진위원장은 "주공이 사업을 착공하려면 지주측과 공동조사한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경북도에 제출해야 하지만 무슨 속셈인지 아직 공동조사를 하지않고 있다"며 "사업 백지화가 아니라면 현실에 맞는 보상가를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쟁점 및 각 기관별 입장
지주측과 주공 및 포항시는 크게 두가지 문제에 대해 상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먼저 지주들은 주공의 환경영향평가초안 내용 중 녹지자연도 부분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즉 시민단체와 함께 개발지구에 대한 자체 수목식생조사를 한 결과 녹지자연도가 개발이 불가능한 8등급으로 나왔음에도 불구, 주공의 환경영향평가서에는 개발이 가능한 6, 7등급으로 되어 있다는 것.또 토지 보상가의 현실화 문제는 사실상 의견조율이 힘든 상황이다.
지주들은 이곳의 실거래 땅값은 산의 경우 30만~80만원, 논은 200만~300만원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감정을 할 경우 실거래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 뻔하다며 감정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일단 포항시는 주공의 요청에 따라 조만간 지주측, 시청, 주택공사, 감정평가기관이 참여하는 보상협의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개발계획 승인만 있으면 보상이 가능한 만큼 환경영향평가서 제출 등 경북도의 실시계획승인 절차와는 별도로 보상업무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포항시청 도시과 김삼일 담당은 "토지소유자별 현황조사가 끝난 만큼 2월초쯤 각 기관 대표 16명으로 보상협의회를 구성할 계획"이라며 "그러나 보상업무는 주공이 직접 맡아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도 도시과 염태용 담당도 "실시계획승인을 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주공이 지주측과 공동조사한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개발이냐 보존이냐를 결정하기 위해 지난해 4월 주공측에 환경영향평가서 제출을 요구했지만 아직 소식이 없다"고 말했다.
포항.임성남기자 snl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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