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체삼척 하지이척 : 내 콧물이 삼척이나 되는데 어찌 네 걱정거리를 알 수 있겠는가?)
오늘의 한자:涕 :콧물 체. 尺: 자 척. 何: 어찌 하. 爾: 너 이. 戚: 근심 척. 鼻: 코 비.
학생들이 이야기를 할 때 成語(성어)를 섞어서 쓰는 경우를 종종 본다.
교사의 입장에서는 매우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상황에 적절하지 않거나, 전혀 엉뚱하게 풀이한 성어를 쓰는 경우를 보게 되면 그 즐거움도 잠깐이 되어버린다.
'吾鼻三尺'의 예를 살펴보자. 이 말은 '내 사정이 너무 급한 나머지 남의 사정을 돌볼 겨를이 없다'의 '내 코가 석자'라는 우리 속담에 그 연원을 두고 있다.
이 성어를 두고 "내 코가 석자나 되는 것과 남의 사정을 돌볼 겨를이 없다라는 것은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는 것입니까?"라고 물음을 던질 수 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내 코가 석자인 것'과 '나의 일이 바빠서 남을 돌 볼 겨를이 없다'라는 것은 어떠한 관계도 없기 때문이다.
예전엔 초등학교에 갓 입학하면 하얀 손수건을 반쯤 접어 왼쪽 가슴에 달고 등교를 하게 하였다.
선생님이나 어머니가 하얀 손수건을 '코'에 대면서 "에그, 코가 하얗게 흘렀네. 코 닦아야지. 흥!"이라고 하는 소리를 들으며 콧물을 닦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신체부위의 하나인 '코'와 그 코에서 흐르는 '콧물'을 같이 쓰는 경우를 접하게 되는데, '코가 흐른다'라는 말속의 코는 바로 콧물임을 알 수 있다.
또한 '尺(척)'은 '寸(촌)'의 10배, 손을 쫙 폈을 때의 길이로 18cm 정도였는데, 요즘은 대략 30cm로 통용하고 있다.
그러면 3척은 바로 90cm정도가 되니, 콧물이 90cm로 흘러내린다? 이 얼마나 다급한 일이겠는가? '내 코가 석자'라는 말은 '내 콧물이 1m 가까이 흘러내려 빨리 닦아야 하는 아주 다급한 상황 속에서 어떻게 남을 생각할 겨를이 있겠는가?'라는 의미로, '코'라는 단어의 의미를 오해한 경우에서 비롯된 잘못된 표현이다.
鄭若鏞(정약용)의 '耳談續纂'(이담속찬)에 보면 이 속담을 '我涕三尺 何知爾척', 바로 '나의 콧물이 세 척이나 되는데 어찌 네 걱정거리를 알겠는가?'라고 풀이하였다.
성어는 정확한 의미로 상황에 알맞게 사용해야 쉽고 명확하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할 경우 더욱 혼란만 초래할 따름이다.
정확한 의미의 성어를 사용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도 한문을 쉽게 익히는 하나의 길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김상규(대구 청구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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