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강삼재씨 왜 입 열었나

한나라당 강삼재(姜三載) 의원이 6일 이른바 안풍(安風) 사건 항소심 공판에서 '안풍자금의 출처는 YS'라고 '폭탄진술'을 한 배경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강 의원은 이날 법정에서 "이 문제(안풍사건)가 불거진 후 지난 3년간 고민도 많았고 정치적 신의를 위해 무덤까지 모든 것을 안고 가려했지만 국민과 역사앞에 죄를 짓고 배신할 수는 없다는 결단에 따라 고심 끝에 오늘 진실을 밝힌다"며 심경에변화를 일으킨 배경을 설명했다.

정치적 신의라는 소의(小義)보다 국민과 역사라는 대의(大義)를 따르기로 마음을 바꿨다는 것이지만 강 의원이 '자금출처만큼은 무덤까지 안고 가겠다'며 지난 3년간 침묵을 지켜왔던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설명만으로 그의 심경변화를 이해하기는 미흡한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선 강 의원이 마음을 바꾸게 된 배경을 놓고 이런저런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강 의원이 지난해 9월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4년에 추징금 731억원을 선고받고 '가족들에게 가장 미안하다'고 말해왔던 점을 들어 항소심 결심공판을 앞두고 형량에 대한 심적 부담이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비록 1심에서 전체 안풍자금 1천197억원 중 856억원만 안기부 예산으로 인정되는 부분적인 승리를 거뒀지만 856억원이 안기부 돈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지 않고서는 2심에서도 실형은 물론 수백억대의 추징금 선고가 불가피해 가족들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강 의원이 정계은퇴를 선언했지만 정치적 재기를 염두에 두고 입을 열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강 의원의 지역구인 마산 회원구에서 출마하려는 일부 정치신인들 사이에서는 강 의원이 자신의 법정투쟁 기간 지역구를 대신 관리해줄 수 있는 후견인을 찾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이와 관련, 강 의원이 친정인 한나라당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폭탄선언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없지 않다.

아울러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서운함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강 의원이 안풍사건으로 검찰과 법원을 드나들면서도 정치적 부자(父子) 관계인 YS와의 신의를 3년간 지켰는데 YS가 전화 한번 제대로 하지 않은 점에대해 적지않게 서운해 했다"며 "이 때문에 강 의원이 상도동에 발을 끊은 지도 꽤 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나 강 의원측은 법정에서 강 의원이 언급한 대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달라며 이런 시각들을 일축했다

한 측근은 "시대가 바뀌었는데 과거와 같은 잣대로 국민들을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며 "강 의원은 최근까지 '국민들의 시선을 느낀다'며 국민과 역사에 심적 부담을 느껴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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