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농협을 주인인 조합원들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최근 농협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올바른 농협개혁의 방향에 대한 대구대 전형수(경상대학 경제무역학부) 교수의 해답은 명쾌하다.
그는 '농협'하면 국가조직의 하나라고 보는 인식부터 바꿔야한다고 했다.
◇중앙회부터 바뀌어야
현재 농협은 모든 것이 조합원인 농업인 중심이 아니라 중앙회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예산권을 가지고 있고 사업기회도 틀어쥐고 있으며 정부의 정책자금도 중앙회를 통해 일선 회원조합으로 배당되기 때문에 중앙회의 권한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때문에 농협중앙회의 개혁이 농협개혁의 핵심일 수밖에 없다.
전형수 교수는 "중앙회가 회원조합을 통제하는 농협의 지배구조부터 바꿔야한다"며 "일선 회원조합의 의견을 수렴해 이를 정부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것이 중앙회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경북대 류진춘(농업생명과학대학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회원조합을 중심으로 중앙회를 결성해야 한다"며 "각 지역본부도 연합회체제로 가야 농협이 농민을 위한 정책을 바로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합장 선거가 문제의 출발
최근에 불거지는 농협 문제를 한꺼풀 들춰보면 대부분 조합장 직선제의 후유증이 도사리고 있다
조합장은 표로 당선된 선출직인데다 군.도의원, 군수 선거는 물론 국회의원 선거에까지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해 그야말로 지역을 움직이는 유지 중의 유지. 사정이 이렇다보니 조합장선거도 과열될 수밖에 없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정연구센터 재정금융팀 박준기 부연구위원은 농협문제는 조합장 선거과정에서부터 비롯된다고 했다.
"조합장 후보들은 지역에서 말발(?)이 있는 사람들이긴 하지만 금융사업 자체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다보면 자연 눈에 잘 보이는 '집어주기'위주의 사업을 펼치게 되고 이것이 조합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박준기 부연구위원은 "조합장 선거제도에 대해 말이 많지만 큰 틀은 바꾸기는 어렵다"며 "비상근 명예직으로 농민들 이익만 대변하고 상임이사 등의 전문경영체제로 가야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러한 조합장의 전횡을 막기 위해서 꼭 필요한 제도가 직원 인사교류. 하지만 인사교류는 현재 사실상 막혀있다.
지난해 농협영덕군지부는 7개 회원조합장들을 모아놓고 조합간 직원 이동을 조정했으나 우량농협 직원들의 조직적 반발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상주지역의 경우도 2년전 지역 농협간 인사를 단행했으나 노조측의 시위와 강력항의로 철회하기도 했다.
조합간 임금격차는 조합장들을 더욱 권력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가급적 여건이 좋은 농협에서 근무하기 위해 조합장에게 충성경쟁이 벌어지고 이것은 직원들을 선거판으로 내모는 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신용.경제사업 분리
"농협은 조합원인 농업인들을 위한 사업보다 돈놀이인 신용사업에만 매달린다".
최근의 농협사태가 발생한 지역의 조합원들이 쏟아내는 불만들이다.
농협개혁에서 신용.경제사업 분리가 왜 중요할까. 신용사업은 이자를 받고 대출을 해주는 농협의 금융사업이고 경제사업은 농업인들이 생산한 제품을 판매하고 유통시키는 일이다.
당연히 농업인들에게 필요한 사업은 경제사업. 하지만 현실은 이와 거리가 멀다.
비교적 경영실적이 우수한 군위 의흥농협의 경우도 신용사업 67%, 경제사업 33%의 수익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22명의 직원 가운데 17명이 경제사업에 종사해 경제사업 자체로 보면 적자를 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의흥농협 관계자는 "경제사업을 포기하고 신용사업에 치중하면 대출금리를 현재보다 3, 4%는 쉽게 낮출 수 있지만 간접적인 이익을 농민에게 환원하는 경제사업을 소홀히 할 수 없으며 오히려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농협의 경제사업이 빈약하다보니 최근엔 농업인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해 생산, 판매, 유통을 맡는 영농조합법인 설립이 늘어나고 있다.
고령군의 경우 작목별로 16개의 영농조합법인이 조직돼 있으며 구매와 판매사업을 빼앗긴 농협의 경영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농협 고령군지부 송호근 경제지도차장은 "지역 전체를 단일화하는 구매 및 판매사업 실현이 시급해 각 조합과 영농조합법인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얼마나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 한민수씨는 "유통업체 중심으로 유통구조가 바뀌고 있는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농협도 인력을 재배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기 부연구위원도 "일선 회원농협들은 산지유통 활성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농산물 개방이 완전히 이루어진 상태에서의 농협의 역할은 농업인들의 이익을 보장하는 경제사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인탁.박운석.최윤채.정창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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