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동백의 섬-돌산도
겨우내 남도 끄트머리에 숨어살던 봄이 비로소 기지개를 폈다.
소리없는 아우성으로 나그네의 가슴을 아리게 한다.
따사로운 해풍이 그러했고 영롱한 하늘이 그러했다.
무엇보다 바닷가를 물들인 동백꽃은 돌아온 봄을 반기고 있다.
봄의 사랑을 듬뿍 받아서인지 속살이 유난히 빨갛다.
겨울의 게으름 탓인가. 겨울꽃인데도 봄의 전령이 되어버린 동백꽃. 어느덧 전설로 다가온 동백꽃과 봄의 사랑. 그들의 사랑이 묻어나는 남도 여수로 향했다.
여수시내에 도착해 먼저 발길이 닿은 곳은 돌산도. 여수와 돌산도는 돌산대교로 연결되어 있다.
대교를 지나 20여분을 신나게 달리면 무술목이 나온다.
왠지 정겹게 들리는 무술목이란 지명은 사실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다.
조선시대 임진란이 한창인 무술년(戊戌年)에 이순신 장군이 왜군을 이곳으로 유인해 대승을 거둔 곳이 바로 무술목이다.
이곳 사람들은 인근에 동백꽃 군락지가 있어 동백골이라고도 부른다.
무술목 앞에는 700m에 이르는 해안선이 있는데 온통 몽돌밭이다.
한여름이 되면 피서객으로 붐비는 곳이다.
해안선을 따라 왼쪽으로 걷다보면 해발 200여m의 소미산이 나타난다.
소미산 등산로를 따라 20여분 고생하면 정상 부근에서 동백꽃을 만날 수 있다.
정상에는 전망대가 하나 솟아 있다.
이곳에 오르면 저 멀리 오동도뿐 아니라 여수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또 하나, 사방이 탁 트인 덕분에 해돋이와 해넘이를 모두 감상할 수 있다는 것도 소미산 정상의 매력. 붉게 피어난 동백꽃 뒤편으로 바다를 가르는 고깃배가 생동감을 더한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은은하게 들려오는 목탁.뱃고동 소리가 봄을 재촉하는 듯하다.
이 모든 풍경은 여행객의 오감(五感)을 만족시킨다.
소미산을 내려와 약 5분 정도 차로 달리다보면 도실마을이 나온다.
이 마을 안에 철새도래지가 있다.
이 마을 사람들은 이 철새도래지를 '도실마을 조금너리'라 부른다.
개체수는 많지 않지만 청둥오리.왜가리 등 겨울 철새들을 바로 눈앞에서 지켜볼 수 있다.
특히 겨울철새의 귀족 '고니' 대여섯 마리가 노니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다.
한편에서는 이 마을 아낙네들이 열심히 석화를 채취하는 모습 등 평화로운 어촌 풍경도 볼 수 있다.
이곳 도실마을 외에도 굴전이라는 곳에 고니 도래지가 있다.
굴전은 한창 때는 고니 수백마리를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이곳은 돌산대교에서 무술목으로 오기 바로 전에 위치하고 있다.
돌산도는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도로를 따라 드라이브하기도 안성맞춤인 곳이다.
편도 1차로라 조금은 비좁지만 구불구불 해안 도로를 따라가며 해안 절경과 여기저기에 심어진 동백나무를 감상한다면 환상적인 드라이브 여행이 될 듯싶다.
돌산도 끝자락에는 해돋이 명소로 유명한 향일암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범종 소리와 함께 암자에서 해돋이를 맞이할 수 있어 전국에서 여행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 향일암 뒤편에도 동백 군락지가 있어 날씨가 조금만 더 풀린다면 한아름 피어있는 동백꽃의 유혹을 받을 수 있다.
◆동백꽃의 고향-오동도
'동백꽃 하면 오동도'를 떠올릴 만큼 이제 오동도 동백은 동백꽃의 대명사가 되었다.
섬 전체가 동백으로 뒤덮여 동백숲이란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
하지만 붉은 빛으로 뒤덮인 오동도를 보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3월쯤 되면 대부분의 동백꽃이 핀다는 것이 이곳 관리소 직원의 설명. 바다를 시원하게 가로지른 방파제를 따라 걸으면 오동도에 이른다.
걷기가 좀 부담스러우면 동백열차를 이용하는 것도 괜찮다(요금은 어른 500원, 학생 400원).
방파제 끝에 이르면 오동도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산책로가 나온다.
이 산책로를 따라 양 옆으로 동백나무들이 쭉 늘어서 있다.
운이 좋으면 군데군데 핀 자생식물들도 엿볼 수 있다.
사브작사브작 산책로를 10여분 걷다보면 오동도 등대가 나온다.
등대 왼편에는 오동도 내 최대의 동백 군락지가 조성되어 있다.
산책로를 계속 따라가다보면 용굴.코끼리 바위 등 기암 절벽도 만날 수 있다.
오동도 입구에는 거북선과 판옥선 전시장.식물원 등 다른 볼거리도 있다.
또 오동도를 일주하거나 오동도에서 돌산대교.향일암.금오열도까지 해상 관광을 할 수 있는 유람선 및 모터보트 선착장이 있다.
문의 061-663-4424.
△맛집=오동도 주차장으로 가기 전 오른쪽에 보면 여러 음식점이 있다.
그 중에서도 동백회관(061-664-1487)이 꽤나 유명하다.
한정식〈사진〉이 전문인 이곳은 반찬가지 수가 무려 50여가지.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반찬은 주로 해산물로 생음식과 익힌 음식이 골고루 나온다.
해산물을 좋아하는 여행객이라면 대만족. 일반 한정식은 2인분에 4만원, 3인분에 4만5천원이다.
특정식은 4인 이상이면 시킬 수 있는데 가격이 2만5천원으로 저렴하다.
△가는길=구마고속도로→현풍→창녕→내서분기점→남해고속도로→진주→정촌분기점→사천→진교→광양→순천톨게이트→국도17호선→여수(약 3시간30분 소요)
글.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사진.이채근기자 mincho@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