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공천 목매는 현역 의원들

한나라당의 공천심사가 막바지다.

지금까지 환골탈태니 공천혁명이니 수많은 말을 쏟아냈지만, 한나라당이 적극적 변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느끼는 국민들은 별로 없다.

최병렬 대표가 지난 17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17대 총선후보의 면모가 일신되는 내달초 '뉴 한나라당'의 면모를 국민 앞에 제시하겠다"는 말이 공허하게 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천혁명을 바라보는 현역 의원들의 반응은 더욱 싸늘하다.

특히 현역 물갈이가 초읽기에 들어간 지금 좌불안석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공천심사위원이나 당 지도부에 '생사여부'를 묻는가 하면 다짜고짜 심사위원 집에 찾아가 "살려달라"고 애걸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물갈이 대상에 오른 지역출신 의원이 모 공천심사위원에게 인삼세트를 돌려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경북의 60대 재선 의원은 "비참하다 못해 비굴하다는 느낌마저 든다"고 근황을 전했다.

대구 출신 ㄱ의원은 "나이 많은 게 죄라면 죄"라고 한탄했다

60대 중진급 한 지역 의원은 지역구에 내려간 지가 1주일이 넘었다고 했다.

공천심사가 한창인 여의도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구당 당직자들도 "서울에서 담판을 해라"고 떼민다.

이 의원은 오전 7시쯤 공천심사위원에게 전화하는 것을 시작으로 국회와 당사를 들락거리며 공천 정보를 캐묻는다.

지역 기자들에게 귀동냥하는 것도 주요한 일과 중 하나다.<

사실 '공천 단두대'에 올라선 의원 중엔 16대 회기 동안 대구.경북을 위해 나름대로 대안을 제시하고 예산을 따기 위해 애쓴 의원들도 있다.

이들의 얘기는 귀 기울일 만하다.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DKIST)법 제정이나 테크노폴리스 조성, 한방 바이오밸리, 한국지하철공사법안 등을 만들기 위해 묵묵히 일했던 현역들이 하나같이 생사의 기로에 서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당 공천심사위로부터 '확고한 국가관과 도덕성, 전문적 역량을 갖춘 인물'에게 바통을 넘겨줘야 하는 운명에 처해 있다.

물론 과거의 성과만으로 미래를 예단할 수는 없다.

또 시대적 대세를 거스를 수도 없다.

그러나 나이가 많거나 이념적 지향점이 다르다는 이유로 무조건 현역을 교체 대상에 올려놓는 것은 또다른 논란의 소지를 낳을 수밖에 없다.

공천에서 떨어진 현역 의원 대부분이 무소속 출마를 타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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