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이즈미 총리 비판 당연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제8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고이즈미 일본 총리를 겨냥한 직언을 쏟아놓아 파문이 일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일본에 대해 한마디 충고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우리 국민의 가슴에 상처를 주는 발언들은 절제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달 27일 고이즈미 총리의 '매년 신사참배 강행'발언에 대한 경고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대해 고이즈미 총리는 "양국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일본의 관습이라는 말을 가슴에 묻어둔 듯하다.

확대하면 일본의 조선병합은 동양의 안정을 위한 것이라는 과거사와 연결된다.

그 연장선상에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국수주의가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서로의 차이점을 인정한다는 것은 이런 차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타국에 피해를 주지 않는 자국만의 관습이나 전통은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가치나 시각의 충돌이 있는 경우 인도주의나 개별 국가의 자주성 같은 '문명적 합의'를 판단의 바탕으로 삼아야 한다.

일본의 잘못은 그런 합의를 무시하고 편의대로 양국관계를 보고자 하는 폐쇄성과 국수주의에 있다.

신사참배가 전통이라면 전범들의 위패를 안치하지 않으면 될 일이다.

호국영령들을 추모하는 것은 개별 국가의 전통이지만 반 세계적 범죄자를 영웅시하는 것은 인류에 대한 죄악이다.

자주국의 국권을 강탈한 조선병합은 제국주의의 논리일뿐 평화공존의 정신에 어긋난다.

역사기록이 있는 남의 땅을 제 땅이라고 우기는 것이 일본의 관습이고 전통이 될 수는 없다.

그것은 침략행위다.

노 대통령의 경고발언은 국가 수장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다.

일본의 그릇된 역사관을 바로잡아야 양국의 건전한 미래관계가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런 중대발언이 돌출 됐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의 발언은 외교관례를 무시한 측면이 없지 않다.

말하되 격식과 품위를 잃지 않는 신중함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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