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바그다드와 카르발라에서 2일 시아파 이슬람 최
대 성일(聖日) '아슈라(애도의 날)'를 맞아 수백만명이 운집한 가운데 연쇄 폭발 사
건이 발생, 최소한 143명이 숨지고 430명 이상이 다쳤다고 미군 관리가 밝혔다.
또 파키스탄 남서부 퀘타시에서 시아파 신도들이 아슈라 기념 행진을 벌이는 중
무장 괴한들이 총을 난사해 최소한 41명이 숨지고 150명 이상이 다쳤다고 현지 경찰
이 밝혔다.
이라크 주둔 미군 대변인 마크 키미트 준장은 이날 바그다드에서 기자들에게 바
그다드 북서쪽 카지미야 사원에서 3명의 자살폭파범이 폭발물을 터뜨려 58명이 숨지
고 200명이 다쳤다고 말했다.
키미트 준장은 이어 카르발라에서도 최소한 1명의 자살폭파범이 자폭했으며 미
리 설치된 폭발물들이 잇따라 터져 85명이 숨지고 230명 이상이 다쳤다고 말했다.
바그다드 카지미야 사원에서는 폭발물이 터지지 않아 자살폭파범 1명이 생포됐
으며 카르발라 사건과 관련해서도 4명이 검거됐다고 키미트 준장은 덧붙였다.
이같은 잇따른 공격으로 시아파 신도들의 분노는 극에 달해 카지미야 사원에 도
착한 미군 병사들은 돌과 쓰레기 더미에 맞아 2명이 다치기도 했다.
카지미야 사원 밖의 한 스피커에서는 책임 소재를 두고 "이것은 유대인과 미국
점령군의 짓이다"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사원 안에서는 성직자 하산 토아이마가
성난 군중에게 "순교자들의 복수를 할 수 있도록 누구의 소행인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키미트 준장은 이번 공격의 "우선 용의자"는 이라크에서 알-카에다 연계 테러조
직을 이끄는 요르단인 아부 무사브 알-자르카위라고 밝혔다.
미국 관리들은 알-자르카위가 이라크에서 시아파와 수니파간 내전을 촉발하고
미국의 정권 이양 계획을 저지하려는 의도하에 시아파에 대한 공격을 계획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는 종교 분파간 분열 막으려는 의도인 듯 이번 공격이 "
테러리스트들"의 소행이라고 강조했다.
과도통치위내 시아파와 수니파, 쿠르드족 위원들은 이날 단결력을 과시하려는
듯 기자들 앞에 함께 모습을 나타내 이라크 국민들에게 "적들이 우리에게 나쁜 영향
을 줄 기회를 빼기 위해서라도" 평정을 유지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댄 세노어 연합군 임시행정처(CPA) 대변인은 과도통치위가 이날 3일동안의
애도기간을 선포한 후 분파들간에 합의한 과도헌법의 서명을 연기하는 문제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헌법서명은 오는 4일 이뤄질 예정이었다.
◆누구의 소행일까= 바그다드 폭발은 카르발라의 연쇄 폭발사건이 시아파 종교
행사를 동시다발적으로 노린 세력에 의해 자행됐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라크 경찰과 미군은 무하람 기간에 종파간 분쟁을 일으키기 위한 테러공격이
감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비상경계 태세에 돌입했지만 이번 폭발을 막는 데는
실패했다.
현지 관측통들은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후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시아파를 견제
하고 순조로운 주권이양을 방해하려는 후세인 전 대통령 추종세력이나 외국에서 유
입된 테러조직 등을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 아흐메드 찰라비 과도통치위원이 이끄는 이라크국민회의(INC)의 인
타파타 칸바르 대변인은 "후세인 추종세력과 외국의 테러조직이 감행한 테러"라고
규정하면서 "최소한 후세인 추종세력이 이번 테러를 지원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니파이자 과도통치위원인 나시르 차데르지는 "이번 테러가 이라크인들에 의해
일어날 수 없는 것"이라며 외국 테러범들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미군 당국은 이번 사건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고만 밝혔다.
◆이라크 불안과 공포 확산= 수니파 무슬림에겐 축일이고, 시아파에겐 애도의
날인 아슈라는 이라크에선 휴일로 지정돼 있다.
이 때문에 바그다드를 비롯한 이라크 주요 도시는 상가가 철시해 한산했으나 사
원 주변엔 인파가 몰렸다.
바그다드 시민들은 카르발라 등지의 연쇄 폭발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속속 전해지자 예상치 못한 또다른 공격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불안감을 감추
지 못했다.
한편 아킬 알-라시드(27)는 "도저히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면서 "미군이 적극
적으로 대처했더라면 이번 폭발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해 미군 당국의 책
임을 지적했다.(카르발라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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