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산업은 철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철강분야가 중심이 된 국제 원자재가 인상에 따른 수급불균형은 국내 전 업종에 큰 타격을 안기고 있다.
우선 건설업계가 전례없는 철근 수급난에 봉착, 공사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가 하면 주물업체의 제품 생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들로부터 부품 소재를 공급받아 쓰는 기계, 조선, 자동차, 전자 등도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올 초부터 하루가 멀다하고, 갈수록 원자재 가격 비중이 커지면서 기업들은 채산성 악화로 신규사업 수주를 중단하고, 수출물량 오더를 더 이상 받지 않는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또 소비자물가를 자극, 내수경기 회복을 더디게 만들고 우리나라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직격탄 맞은 철강업계=올 들어 국제 고철(철스크랩)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하자 국내 주요 철강업체들은 두세 차례 제품가를 올렸지만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일부 업체는 조업단축에 들어갔다.
한보철강은 원가부담으로 4일 출하분부터 철근 내수가격을 t당 4만~4만2천원 인상한 53만4천원선에 출고하고 있다.
조선.중공업 분야 자재인 후판가격도 올 들어 이미 20% 오른 가운데 국제 핫코일 가격 인상으로 건설업 및 자동차 업계에 쓰이는 강관 자동차용강판 등의 가격도 일제히 인상됐다.
업계에 따르면 원가에서 고철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동기 60%선에서 현재는 73%선으로 크게 올랐다.
5일 현재 제강사가 시중에서 매입하는 국내 고철가격은 t당 25만~29만원선으로 작년 동기 철근 완제품 가격과 같은 수준. 고철과 철강제품의 가격이 똑같은 시대에 접어들었다.
◆대구 아파트 공사 반타작도 못해=지난해 부동산 열풍과 함께 러시를 이뤘던 신규 분양 아파트의 공사가 본격 시작되는 올해 대구의 건설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20~30%가량 늘어났다.
그만큼 건설.건축자재 수요량이 늘어났고, 침체일로를 걷고있는 지역경기 부양과 고용창출을 위해 정부나 지자체 발주공사를 연초에 집중 발주키로 한 터라 상반기 중 철근수요는 전례 없이 높다.
철근의 경우 공사의 초기단계인 토공이나 골조 공정에서 전체 필요량의 50%를 사용하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공급량은 수요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 때문에 민간 및 관급 공사가 집중 발주되는 3, 4월은 그야말로 건설업계가 철근파동의 회오리 속에 감기는 시기다.
3월 들면서 대구의 상당수 나홀로 아파트나 빌라 건축현장에서는 철근이 없어 공사를 중단하고 있고, 대형아파트 단지도 수요량의 20~30%선을 조달하는데 그치면서 타 공정에 토목 및 골조공정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건축용 철근(1t기준)의 경우 작년 11월 33만~35만원에서 현재 63만~65만원으로 올랐다.
대리점 등을 통해 철근을 구입하면 70만원을 줘도 못 구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다락같이 오른 값은 고사하고, 물량 확보가 안돼 공기를 맞출 수 없는 등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태왕의 건축담당 조용태 상무는 "대구에선 전체 철근수요량의 30~40%선만 공급되고 있어 이 상황이 지속되면 공정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국제 원목가가 오르면서 나왕.미송 등 국내 건축용 목재값도 작년 말 사이 1재당 550원에서 640원으로 껑충 뛰었다.
중소주택업체들이 대리점이나 소매점을 통해 구입하는 가격은 이보다 높다.
이 때문에 빌트인가구, 싱크대, 목창호 등 제작공장에서는 원가부담이 늘면서 작년에 계약한 아파트 시공현장의 물량 납품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금회전이 안돼 신규 수주는 아예 포기하고 있다.
◆경북 곳곳에서 "철근 달라"= 조달청은 지난 1월 관급공사에 대한 철근조달 중단을 선언했다.
수요기관이 직접 구매토록 조치를 취한 것. 경북 시.군은 우선 급한 수해복구용 철근조차 확보하지 못해 걱정이 태산이다.
청송 798건(870억원), 영양 713건(1천175억원)의 수해복구공사를 해야하지만 정부단가가 아닌 수요기관 사입단가로 철근을 사야하기 때문에 청송은 2천여t을 구입하는데 추가로 7억여원을 더 투입해야 할 판이나 재정이 허락하지 않아 철근값이 안정될 4월쯤 공사를 시작키로 했다.
영양군도 수해복구에 필요한 철근 1천500t중 300t만 확보한 가운데 6월 준공예정이지만 공기준수는 두고봐야 할 일이다.
김천도 수해복구공사 30건을 포함, 90건의 공사를 앞두고 있지만 철근량이 절대 부족한데다 사입가도 t당 67만원으로 조달단가보다 25만원 비싸다.
문경의 한 업체는 2월에 t당 51만원에 공급계약을 했지만 대리점이 50% 가격인상분을 추가로 요구, 웃돈을 지불하고 물량을 받았다.
예천, 포항, 군위, 영덕, 울릉, 경산, 경주에서도 철근파동으로 관급공사를 못하거나 발주를 미루고 있다.
◆조달청도 조달기능 상실=대구상의 등에서 "원자재의 정부 보유분을 충분히 방출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조달청 관계자는 "철근재고가 전무한 실정"이라고 말한다.
제강업체들이 지난해 9월쯤부터 고철 및 관련제품 값이 오를 것을 감지, 조달청과 단가계약을 하지 않아 물량이 없다는 것. 매년 제강업체로부터 공개경쟁으로 가격 응찰을 받아 1년간 전국 관급물량(160만t정도)에 대한 단가계약을 맺고 현장에 바로 공급하는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올해는 수요기관이 바로 철근수요량을 계약, 매입토록 지난 1월 긴급조치한 상태.
이로인해 대구경북지역 철근조달계약 기관(150개 정도)에서는 이미 설계한 공사의 경우 철근을 사입하는 쪽으로 설계를 변경하고 있지만 늘어나는 공사비 조달이 어려워 애를 먹고있다.
조달청은 수해복구공사에 필요한 최소 물량(10만t)이라도 구하기 위해 제강업체와 매입가 협의를 계속하고 있으나 정부와 한번 계약하면 가격변동(±5%)이 있어도 60일이 지나야 계약갱신이 가능하다는 국가계약법상 회계규정으로 인해 제강업체들이 계약을 기피하는 실정. 황병호 대구지방 조달청장은 "계약기간에 관계없이 원가가 오르면 계약금액도 따라서 올려주는 장치를 마련해야 최소 수요라도 확보할 수 있다.
관련규정 개정을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화섬업계=코오롱.효성.한국화섬 등 구미공단의 화섬업계는 PX.PTA 등 원료가격이 급등했지만 이를 제품(폴리에스테르)판매가격에는 절반정도도 반영치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간 4천억원 가량의 원재료를 구입하는 코오롱은 원료가격 인상 영향으로 작년 3/4분기부터 영업이익이 적자행보를 걷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도 섬유사업 중 스판덱스나 타이어코드 등 분야는 호조세를 나타냈으나 폴리에스테르, 나일론 등은 실적악화로 적자를 나타냈다.
새한도 폴리에스테르 원사사업부문에서 적자를 내긴 마찬가지. 구미상공회의소 곽공순 부장은 "화섬업계는 원가상승분을 제품가격에 반영치 못해 수출채산성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선업계=구리 즉, 전기동 국제가격은 2월말 기준으로 t당 2천953달러로 1월에 비해 26%가량 올랐다.
동가격 상승은 구리를 기초 원자재로 하는 인쇄회로기판(PCB)용 전해동박 제조업체에 직접 피해를 입히는 것은 물론 중장기적으로 동박적층필름(CCL) 및 기판 등 PCB산업 전반에 원가 인상을 가져올 전망. PCB의 핵심소재인 전해박동은 두께 0.1㎜ 이하의 얇은 구리박으로 구리를 비롯한 원자재 비중이 생산원가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2, 3년간 지속된 수요부진과 대만.일본업체들의 덤핑공세로 어려움을 겪은 LG전선 등 국내 전해동박 업체들은 핵심원자재 가격폭등까지 겹쳐 3중고에 처한 상태다.
구미공단 내 LG전선 관계자는 "중국이 전기동을 싹쓸이하면서 주석과 알루미늄 등 비철금속 가격까지 올려놓고 있다"면서 중국의 전기동 수요가 지난해 20%에 이어 올해도 12%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24개 전기공사현장을 둔 대구의 업체는 "올해는 공사를 할수록 손실이 는다.
손실 규모를 축소하는데 골몰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전선 공급량이 수요량의 20%선에 불과하며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굵기 2.0㎜(길이1m)짜리 와이어전선이 작년 11월 125원에서 최근 153원으로 올랐고, 케이블(피복)전선은 같은 규격으로 112원에서 125원으로 오른 가운데 3월부터는 153원으로 인상하겠다는 통보를 받아두고 있다.
20%씩 웃돈을 얹어주어도 대형 아파트 공사장이나 기간산업에 대한 전기시설이 공정대로 추진되지 못하는 곳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대구의 한 전기공사업체 임원은 "어떤 도시의 기간산업시설공사를 수주했지만 당장 전선이 모자라 공정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면서 "4, 5월이면 전기공사를 못하는 현장이 상당수 될 것"이라고 했다.
◆자동차업계=울산 현대차는 원자재가 인상에다 원화강세로 인한 가격 경쟁력 약화까지 겹쳐 허우적대고 있다.
연간 냉연강판 185만t을 쓰는 현대차는 최근 강판가격이 t당 61만원으로 오른 가운데 추가인상까지 예고되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원자재 수급난에다 원화강세가 숙지지 않을 경우 올해 목표치인 140만대를 수출하면 7천억원의 매출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도어 내장 임팩트빔을 일본 도요타 자동차에 수출하는 경산 진량 ㄷ금속 임원은 "원자재가는 폭등했지만 제품의 경우 인상전 가격으로 수출할 수밖에 없어 15~20% 적자를 보고있다"면서 "재료품귀에 가수요현상마저 일면서 원자재는 물론 소모성 부자재도 가격이 올라 채산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진량공단 내 한 업체는 "현재는 현대차가 확보해둔 원자재를 사서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원가 인상에 따른 부담이 없지만 4월부터 원자재 단가 조정에 들어가면 부품값이 오르겠지만 하청업체에 대해 인상분을 얼마나 반영해줄지 의문"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경제부.사회2부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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