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뇌물 진단서' 非理 원천봉쇄해야

한보그룹의 총수였던 정태수씨 등 경제사범들이 전 서울대병원장 등 의사들에게 수천만원의 돈을 주고 엉터리 진단서를 발부받아 형집행정지로 풀려나거나 또는 구속집행을 면한 '교정행정의 비리'가 검찰에 적발됐다.

한마디로 이젠 일부 의사들까지 돈에 놀아났다니 과연 우리사회의 어느 계층이 썩지않고 온전한지 한심한 노릇이다.

이렇게 돈 많은 사람들이 의사를 매수해 교도소 생활을 면제받거나 구속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사법질서는 깡그리 무너지고 만다.

법원이 판결을 하고 구속영장을 발부하면 뭘하나. 이렇게 돈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건 법원과 검찰을 무력화시키는 그야말로 중대한 법질서 교란행위이다.

이런 범죄행위에 가담한 게 우리 사회에선 상류층으로 대접받고 있는 대학병원장 등 의사들이란 사실이 더욱 충격을 주고있다.

의사라는 직업 그 자체만으로도 경제적인 측면이나 사회적으로 충분한 대접을 받고 있는데 뭐가 부족해 수천만원의 돈에 '의사들의 양심'을 팽개쳐 결국 법질서를 파괴하는 주범이 되는지 도대체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교도소의 의무과장을 지낸 의사는 '수감생활에 지장이 없다'는 진단서를 발부했다가 2천만원을 받고 '뇌경색 증상이 나타나면 치명적 결과에 이를 수 있다'는 엉터리 진단서로 바꿨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결국 유전무형(有錢無刑)이란 새 유행어가 생기면서 돈없고 백없는 서민들만 꼬박꼬박 형기를 채우는 무전유형(無錢有刑)의 신세가 되는 셈이다.

도대체 교정행정의 비리가 어디가 그 끝인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비리가 비단 이번에 검찰에 적발된 게 처음이라고 믿어지지 않는다.

이미 전 교도소나 구치소에서 만연된 비리의 그 일부가 드러났을 따름이지 않을까 여겨진다.

따라서 검찰은 수사를 전면확대, 비리를 근원적으로 척결해야 할 것이다.

또 이번을 계기로 법무부는 의사의 진단서를 검증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 부정이 개입될 수 있는 여지를 원천봉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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