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탄핵의 교훈 '모두가 敗者'

대통령은 어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로부터 탄핵당했다.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통해 '법률적 사망'에까지 이를 것인지 기사회생의 대운을 맞을 것인지는 미지수이나 노무현 대통령은 일단 정치적으로 사망선고를 받았다.

고건 권한대행 체제가 출발했다.

어제 하루, 아니 당분간은 탄핵정국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 친노.반노(反盧)의 대립상이 국민을 어지럽힐 것 같다.

그러나 이런 갈등상황의 장기화를 바라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모두들 흥분을 가라앉히고 감정을 삭이며 정치와 경제.사회가 더이상 삐걱거리지 않을 사후대책을 생각해야 한다.

대한민국과 그 안의 사람들은 이제 이런 정도의 풍랑엔 끄덕하지 않을 만큼 성장하고 성숙해 있음이다.

노 대통령 탄핵사태는 민주정치는 역시 '타협의 산물'이구나 하는 교훈을 새삼 일깨우는 대사건이다.

그의 돌발적인 정치적 처신과 선거법위반 등 일련의 행위가 탄핵돼야 할 만큼 중차대한 것이었나 하는 대목, 마지막 기자회견에서의 대타협의 기회를 외면해버린 대통령의 정치적 경직성과 협량성 등에선 분명 논란과 반성거리를 제공한다.

이 긴박한 상황에서 열린우리당 또한 정치적 테크닉의 미숙을 자백했다.

이 점에서 노 대통령과 여당, 한나라와 민주당의 4자(者)는 모두가 패자(敗者)다.

"승리했으나 기쁜 날은 아니다"는 최병렬 대표의 허탈한 소회에서 본란은 정치권 전체의 '개과천선'을 읽고 싶다.

우리는 여.야 모두가 국민앞에 죄지은 심정으로 슬기롭게 거듭날 것을 요구한다.

'탄핵 이후의 사태'에 대한 깊은 성찰없이 저질러진 일이긴 하나 엎질러진 물을 어떻게 주워담느냐에 따라 여야에 대한 평가는 갈리게 된다.

'길거리 정치'는 안된다.

당장에 친노.반노 세력의 충돌조짐이 있고 집단시위.방화폭력의 행태가 걱정이다.

정치권이 길거리 정치를 시작한다면 정치권이 이를 조장하는 꼴이 되고 국민불신은 가중될 것이다.

냉정하라. 4당 대표들은 이제 만나서 정치력을 회복하라. 시간이 흐르면 국민들은 냉정한 시각으로 사태를 바라볼 것이다.

'노 대통령의 자업자득' '야당의 적반하장'이란 국민들의 이중적 반응은 총선을 통해 자연스레 정리될 것이다.

여기에 정치권이 부채질하지 말라는 것이다.

국민의 눈은 온통 노 대통령의 정치생명을 거머쥔 헌법재판소에 쏠려있다.

우리는 '헌재'가 신속하고도 공정.정확하게 노 대통령의 탄핵여부를 결정해주기를 기대한다.

지금 국민은 이 심판이 총선 전일까 총선 후일까에 궁금증이 크다.

총선에의 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헌재는 얼음같은 심장으로 이 사태를 직시하되 국가적 리더십의 공백과 국론분열을 최소화하는 입장에서 심리를 진행하기 바라는 것이다.

우리는 고건 총리가 국회의 탄핵안 가결 직후 보여준 침착한 업무처리에 안도하면서 치안과 국방, 경제에서의 국민의 불안심리를 적극적으로 다독여줄 것도 주문한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고건 총리는 어제 곧바로 경찰과 전군에 경계태세의 강화와 함께 경제정책의 일관성 유지, 정부정책기조의 불변성을 강조함으로써 국민을 안심시켰다.

신뢰를 보낸다.

더하여 고 대행은 한달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철저한 중립과 법 위반자에 대한 단호하고 엄정한 처리를 통해 국정에 이상없음을 증명해주기를 기대한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여야 정치권은 고 대행체제의 순항에의 동참을 통해 그들 스스로 자초한 이 국가적 위기를 타개함으로써 국민에게 반성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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