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총선연기론' 모락모락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야권을 중심으로 '총선연기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탄핵이 부당하다'는 의견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지금과 같은 분위기로는 총선패배가 불보듯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나라당의 양대 지지기반인 수도권에서는 전패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야당 지도부는 펄쩍 뛰고 있다.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대표와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는 탄핵 이후 정국안정 방안 마련을 위한 13일 회동에서 "정치일정은 예정대로 지켜 나간다"며 총선을 예정대로 치를 것임을 재확인한데 이어 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 총무도 14일 "총선은 법에 정한 대로 실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15일 공명선거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한 뒤 담화문을 발표, "17대 총선을 다음달 15일 예정대로 실시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시점에서 총선연기론은 야당에 '참을 수 없는 유혹'인 것만은 분명하다.

야권에는 지금의 탄핵반대 여론은 동정심과 반발심리가 결합된 거품으로 시간이 지나면 수그러들 것이란 낙관론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여론의 반발정도가 예상 이상으로 심각하다고 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겉으로는 부정하고 있지만 '이대로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것이 야권의 솔직한 속내라고 볼 수 있다.

총선연기를 위한 법적 절차가 간단하다는 점도 총선연기론이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선거법만 바꾸면 가능하다.

야권은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안도 가결시킨 만큼 총선연기도 못할 것 없다는 생각도 가질 만하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탄핵정국에 대한 방송의 편파보도를 지적하며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는 한 총선연기론은 설득력이 있다"며 총선연기론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볼 때 야권이 모험을 감행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탄핵무효 여론이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 '정략적 발상'임이 분명한 총선연기론으로 받을 타격은 상상 이상이기 때문이다.

또 야권에 대한 비판여론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지에 대해 누구도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야권의 모험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는 지적이다.

탄핵반대 여론에 따른 반사이익이 언제까지 계속될지에 대해 열린우리당 스스로도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의 여론추이 때문에 상황을 오판할 경우 살아날 수 있었던 불씨를 밟아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총선연기는 안된다는 의견이 야권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무모한 카드를 쓰기보다는 탄핵사유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고건 대행체제'의 안정성을 부각시켜 나가면서 여론이 차분히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것이 최상의 방책이라는 것이다.

결국 야권이 총선연기 카드를 뽑을지 여부는 이번주 금융시장 동향과 여론의 추이에 따라 결정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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