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피가 몸 속을 어떻게 순환하는가를 처음 밝혀낸 사람은 영국의 의사 윌리엄 하베이다.
1628년 발표된 그의 논문을 두고 의학계에서는 뉴턴이 중력 발견을 공표한 '수학의 원리' 만큼이나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꼽는다.
그러나 이 발견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혈액량에 대한 무지 때문에 나쁜 피 빼기 치료를 받다 죽어간 사람들이 많았다.
그 이후 혈액형을 발견하기까지 수혈을 통한 생존률도 30%에 지나지 않았던 모양이다.
1901년 오스트리아 빈대학의 란트 슈나이더 박사가 혈액형을 발견해 사람끼리 피를 나눠 가질 수 있는 길을 연 것은 20세기 의학의 새로운 기념비였다.
▲수혈이 우리 의료계에 알려진 건 6.25 전쟁 중으로 알려진다.
미국 군의관이 전상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수혈로 목숨을 구하면서부터였다.
이를 계기로 군인과 대학생, 예비군들을 중심으로 헌혈운동이 확산됐다.
이 사업으로 해마다 수만명의 환자들이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근년 들어서는 각종 사고 등으로 수혈인구가 급증하는데 비해 헌혈자 수는 늘지 않아 해외 수입 의존도가 크게 높아졌다.
▲요즘 헌혈자들이 크게 줄어 병원들의 수혈용 혈액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적십자사에 따르면. '악성빈혈(백혈병)' 환자 등의 수혈용으로 쓰이는 적혈구 농축액은 전국 16개 혈액원에서 7일분 정도를 보관해야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으나 재고량이 2일분에 불과하다.
특히 O형의 경우 하루 필요량의 절반에도 못 미치며, 급성 백혈병 환자들에게 필요한 '혈소판 농축액'도 거의 바닥 상태란다.
▲헌혈 부족 현상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심화되기 시작했다.
경기.강원 등 말라리아 주의 지역에서 헌혈이 금지되고, 에이즈 수혈감염 사건이 일어나면서 단체 헌혈이 크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병원에서 수혈 받은 환자 9명이 B.C형 간염에 걸린 사실이 발표된 지난달 말 이후 더욱 가속화, 수혈용 혈액 공급에 비상등이 켜진 형국이다.
일시적인 현상일지는 모르나 혈액은 인공적으로 대체품을 만들 수 없다는 점에서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헌혈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다지는 '아름다운 나눔'이다.
헌혈은 몸이 건강하고 대가를 바라지 않는 '자발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 순간 꺼져 가는 생명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어진다는 건 우리 사회가 자기 중심적인 이기주의로만 치닫고 있음에 다름 아니다.
우선 정부가 안심하고 헌혈.수혈을 할 수 있는 혈액 정보관리 시스템 보완 등을 서둘러야 한다.
그런 바탕 위에서 이웃 사랑으로 고통을 나누는 분위기가 성숙돼야 우리가 지향하는 '인간다운 사회'가 가까이 다가오게 되지 않을까.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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