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황우석 교수 '인간배아 줄기세포' 세계적 파장

지난 2월13일 미국 시애틀에서 발표된 '여성의 난자에 성인의 체세포 핵을 이식하는 방법으로 배아를 복제했으며, 이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얻는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는 요지의 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의 특별기자회견은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러나 반응은 '아무도 하지 못한 일을 했다'는 찬사와 '누구도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다'는 우려가 크게 엇갈렸다.

이 문제가 단지 "우리도 노벨상 수상 과학자를 배출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단순한 세속적인 관심사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황우석 교수팀의 연구성과와 한계, 그리고 비판의견을 종합해 본다.

▨세계를 놀라게 한 연구성과= 지금까지 인간배아를 복제한 경우는 있었으나, 복제한 인간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 따로 배양하는데 성공한 것은 황우석 교수팀이 세계 최초다.

황 교수팀의 연구가 세계적 주목을 받게 된 이유는 환자자신의 체세포로 만든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얻어 자신에게 이식하면 면역거부반응이 없기 때문이다.

치매, 파킨슨병 등 난치병 치료와 장기이식에 새로운 지평이 열릴 수 있는 가능성이 확인된 셈이다.

자원여성 16명에게서 242개의 난자를 확보한 연구팀은 이 난자에 체세포인 난구세포(=난자주변에 구름처럼 모여서 영양분을 제공하는 세포)를 삽입하고 전기충격을 가해 세포융합을 일으켰다.

세포융합이 완결된 배아 가운데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는 배반포기까지 배양에 성공한 것은 30개. 연구팀은 줄기세포를 뽑아낼 수 있는 20개의 (배반포기 배아에 있는) 내부세포덩이를 확보, 최종적으로 한개의 내부세포덩어리에서 성공적으로 줄기세포주(株)를 얻었다.

인간과 같은 영장류의 배아복제와 이를 통한 줄기세포 배양이 불가능하다는 일부의 학설을 뒤집은 황 교수팀의 성공에는 새로운 기술이 적용됐다.

다른 동물과 달리 표면이 끈적끈적한 사람의 난자에서 안전하게 '핵'을 제거하기 위해 난자에 미세한 구멍을 내고 압력을 가해 포도알을 짜내듯이 핵을 뽑아 냈고, 난자와 체세포 핵을 융합시킨 이후 DNA 유전자를 수정란 초기 상태로 되돌리는 '재프로그램' 과정도 2시간 동안 기다렸다가 진행했다.

지금까지는 융합과 동시에 재프로그램을 실시했었다.

배아를 키우는 배양액도 일반적으로 이용되던 포도당이 아니라 과당을 사용했다.

▨연구성과의 한계=황 교수팀은 복제에 필요한 재료인 난자와 체세포를 모두 같은 여성에게서 채취했다.

따라서 남성이나 난자를 제공하지 못하는 다른 여성들은 이 같은 방법으로 치료를 할 수는 없다.

남성의 경우 어떤 체세포를 이용해야 복제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해 더 연구가 진행되어야 하는 셈이다.

또 배반포기까지 배아 복제 성공률은 높은 반면 줄기세포주를 확립하는 비율이 낮은 이유도 밝혀내야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배아복제의 핵심은 체세포의 유전자를 발생초기 단계로 되돌리는 것. 언젠가는 복제를 통하지 않고서도 체세포 자체를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는 수정란 상태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과학자들은 버리지 않고 있다.

▨인간배아 연구에 대한 비판= 배아연구가 생명윤리적 문제를 불러일으키는 가장 큰 이유는 연구용 배아를 자궁에 착상시키면 바로 인간으로 자라난다는 점이다.

배아복제 과정에서 수많은 배아들이 손상을 받고, 또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생명체들이 쓰레기처럼 폐기되는 모습은 상상만해도 참혹하게 느껴진다.

'인간이 될 자는 이미 인간이다'는 관점에서 볼 때, 사실상 대량학살 행위로 간주될 수도 있다.

세계 생명공학자들은 황 교수 연구팀이 200개가 넘는 난자를 확보했다는 사실에도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01년 시벨리 박사가 최초로 인간배아 복제에 성공했을 때 사용한 난자는 겨우 19개. 호르몬을 과다하게 투여해 유도하는 과배란은 여성의 몸에 많은 휴유증을 일으킬 수 있어 심할 경우 복부에 물이 차서 사망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일본,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인간배아 연구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으며, 치료용 줄기세포를 얻는 방법으로 '성체 줄기세포' 연구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줄기세포란?: 정자와 난자가 만난 수정란은 세포 분열을 거듭하면서 점점 뼈나 심장 등의 인체 각 부분의 장기로 분화된다.

줄기세포(stem cell)는 수정란에서 모든 장기가 만들어지는 근원이 되는 세포로서, 몸을 구성하는 210 종류의 세포로 자랄 수 있어 생명의 근간이란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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