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의원을 뽑는 날이 코 앞이나 여의도는 대통령 탄핵안 가결과 후폭풍으로 야단법석이다.
예년이면 모두 총선 현장으로 내려가 썰렁했던 여의도다.
여의도가 소란한 만큼 정작 '전쟁터'인 각 지역엔 아직선거 분위기가 뜨지 않고 있다.
선거 분위기가 뜨지 않으면 무관심을 낳고 무관심은 또 후보의 자질을 제대로 비교 형량하지 못해 의원을 잘못 뽑는 것으로 귀결될 수도 있다.
의원 임기는 4년이라 한번 잘못 뽑으면 후회해도 4년간은 별 수 없다.
잘 뽑아야 한다.
국회의원은 이래야만 한다는 잣대는 딱히 없다.
필요한 자질이 너무 많기도 하고 유권자의 선호에 따라 각기 달리 요구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방분권.지방화 시대를 맞아 최소한 지역민은 후보의 '지역성'을 최우선으로 꼽고 살펴보면 어떨까 한다.
일반적으로 서울에서는 대구-경북 사람과 대구-경북 출신을 통틀어 TK라고 부른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보면 대구-경북 사람과 대구-경북 출신은 다르다.
대구-경북은 장기 경기 침체로 하루살이가 고달픈데, 떵떵거리고 사는 서울 강남의 부자들 중엔 대구-경북 출신이 많다.
고향을 떠나 오래 살다보면 말씨는 물론 가치관까지 고향 사람과 달라지기도 한다.
요즘 의원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대구-경북 출신으로 출세는 했으나 우리와 다른 사람이 많다.
가난하고 못배웠을 때 우리는 서울에서 출세한 '지역 출신'을 우러러보며 '대변자'로 뽑곤 했다.
그러나 그들은 직을 그만둔 뒤 대부분 고향을 등졌다.
대구-경북 쪽으로 오줌도 누지않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고마움은 까맣게 잊고 섭섭함만 남은 것이다.
하지만 이젠 '지역 사람' 가운데서도 훌륭한 사람이 얼마든지 있다.
배운 것이 적고 좀 못나도 괜찮다.
'지역 출신'처럼 출세를 위해 고향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사람'은 자신이 살아갈 땅이기에 지역을 더 잘 챙길 게다.
'지역 출신'과 '지역 사람'의 구분은 애매하다.
하지만 '지역 사람'은 떨어져도 우리와 함께 살 사람, '지역 출신'은 떨어지면 서울 등지로 떠날 사람으로 보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게다.
'지역 출신'을 마냥 배척하면 우리 스스로 편협해진다고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을 할 여유가 우리에겐 없다.
지난 세월 잘난 지역 출신을 뽑은 결과가 오늘날 대구.경북을 이 모양 이 꼴로 만들지 않았는가.
대구의 한 유력 기업인의 말이 떠오른다.
"대구에 사는 전직 시장을 보고 싶은 게 저의 소망입니다". 그 분의 소망에 하나 더 덧붙여 본다.
'이번에 뽑는 27명 의원 몽땅 4년 뒤에 우리와 함께 살 그런 사람이면 좋겠습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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