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교과서에서만 살던 대통령 탄핵 정국이 현실세계로 뛰쳐나오면서 국민들의 모든 관심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 쏠리고 있다.
대통령 탄핵을 소재로 한 영화를 보며 그 궁금증을 푸는 방법은 어떨까.
◇닉슨(Nixon.1995)
대통령 탄핵을 소재로 한 영화 하면 안소니 홉킨스의 섬뜩한 내면연기가 돋보이는 '닉슨'이 맨 앞자리를 차지하지 않을까. "세상 사람들은 왜 나만 미워하나"라고 따지는 듯한 영화 포스터 속의 그의 표정은 오랫동안 뇌리에 남을 만큼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올리버 스톤 감독의 표현처럼 이 영화는 '미국 역사상 가장 왜곡되고, 절망적이고, 매력적인 인물'인 워터게이트 추문의 주인공 닉슨 대통령을 거의 무자비할 만큼 발가벗겨 놓는다.
비극적인 죽음으로 신화가 되어버린 케네디와는 정반대로 거짓말쟁이 정치인의 추악한 이미지로 화석이 되어버린 닉슨의 분열된 의식세계를 적나라하게 나타낸다.
형편없는 가정에서 태어나 별볼일 없는 이력을 가진 닉슨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없앨 수 없었던 열등감과 불안감을 열쇠로 해서 권모술수에 능한 한 인간의 삶을 연민에 찬 눈으로 풀어냈다.
'거짓말쟁이 닉슨'이라는 추한 이미지를 대중의 기억 속에 남긴 채 고개 숙인 케네디의 초상화 앞에서 오열하며 사임이라는 최후의 단안을 내리는 닉슨의 마지막 장면은 일품이다.
미국 역사상 최초로 탄핵받은 대통령이 될 위기에 처해졌던 리처드 닉슨의 파란만장했던 이야기와 우리나라 최초로 탄핵 위기에 몰린 노무현 대통령을 비교해보는 것은 어떨까.
◇대통령의 사람들(All the President's Men.1976)
영화 '닉슨'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인해 스스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닉슨의 내면세계를 그렸다면, '대통령의 사람들'은 그 닉슨을 대통령직에서 끌어내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두 기자의 얘기를 다룬 영화다.
기자로 출연한 더스틴 호프만과 로버트 레드포드의 뛰어난 연기는 알란 J 파큘라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력과 맞물려 영화 내내 긴장감을 잃지 못하도록 박진감 있고 재미있게 전개된다.
특히 닉슨 대통령 사임 생중계 방송이 나오는 TV 화면 뒤로 열심히 기사 타이핑을 치는 두 기자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라스트신은 이 영화의 압권이다.
◇그 외의 영화들
닉슨 대통령의 하야는 그를 소재로 한 많은 영화들을 양산해냈다.
'닉슨', '대통령의 사람들' 같은 진지한 드라마에서부터 다큐멘터리까지. 하지만 진지함만 있다면 너무 심심하지 않을까. 영화 '딕'(Dick.1999)은 닉슨 대통령의 이야기를 가지고 어떻게 하면 모든 권력과 권위주의에 대항해 가볍고도 신랄한 농담을 퍼부을 수 있을까 고민한 코미디물.
또 섹스스캔들로 탄핵 위기까지 몰렸던 클린턴 대통령을 소재로 한 '컨텐더'(The Contender.2000), '프라이머리 컬러스'(Primary Colors.1998) 등도 최근 한국 헌정사상 초유의 탄핵정국을 빗댈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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