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지하철 자주 타면 100세 장수한다

2003년 2월 우리나라에 소개된 미국 하버드 의대 연구팀이 쓴 '100세 장수법'에 따르면 미국 보스턴 근교에는 100세 이상 장수 노인들이 상당히 많이 살고 있는데 놀라운 것은 그들 장수 노인들이 모두 2층이나 3층에 살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층계를 오르내리다 보면 규칙적인 운동을 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위에 인용된 사례는 내가 20여년전부터 주장하고 있는 '등구산고(登丘散考)'라는 중요한 건강법을 소개하고 있으나 그 설명은 잘못되었다.

'등구산고'란 "언덕을 오르내리며 산책을 하면서 사색을 한다"는 뜻이다.

언덕이나 낮은 동산을 오르내리는 등구는 평지만 걷는 보행(平步)보다 운동효과가 훨씬 크다고 생각해서 일찍부터 평지 보행에다 되도록이면 등구를 많이 하려고 애써왔다.

내가 자란 마을 앞에는 해발 50m 안팎의 낮은 언덕과 그 두서너배 되는 동산이 있어서 초등학교 입학 2, 3년 전부터 오늘날까지 수시로 언덕과 동산을 오르내렸다.

따라서 내 나이가 일흔둘이 되었으니 등구를 시작한지 65년을 넘은 것 같다.

그 덕택인지 지금 나의 건강상태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매우 좋다.

대도시에는 언덕이나 동산이 드물다.

그러나 길거리에는 지하 노래방이 즐비하니 거기 내려갔다 올라오면 하등구(下登丘)가 되고, 육교나 빌딩의 계단을 올라갔다 내려오면 등하구(登下丘)가 되므로 등구 개념을 광의로 생각하면 '계단 오르기'가 자연의 언덕이나 동산에 오르는 것에 버금가는 '대안'이 되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하버드 의대 연구팀이 든 사례인 2층이나 3층에 사는 100세 이상 장수 그룹이 수시로 계단을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등구를 일상적으로 되풀이한 것이 100세 이상의 장수를 누리는 결정적 요인의 하나로 파악된다.

따라서 단순한 규칙적 운동이라기 보다는 등구가 장수의 문을 여는 열쇠라 할 수 있다.

단순한 규칙적 운동은 1층이나 4층 이상에 사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장수촌을 실증적으로 조사한 서울대 의대 박상철 교수팀은 한국의 대표적 장수촌이 해발 200∼300m 되는 구릉지대(丘陵地帶)에 많이 분포되어 있음을 밝혀냈다.

구릉지대에 장수촌이 많다는 것은 그 곳 주민들의 일상생활이 평지가 아닌 울퉁불퉁한 곳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연히 등구를 많이 하기 때문이다.

동네 앞이나 위 아래로 가서 밭일을 하거나 나물을 캐는 등의 생활 자체가 등구를 포함하며, 동네가 평지보다 오히려 언덕이나 산기슭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심지어 이웃집에 다녀오는 것도 낮은 강도의 등구이기 십상이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서는 많은 계단을 내려가야 하고, 하차해서는 많은 계단을 올라오는 상당히 강도가 높은 '하등구'를 많이 하게 되어 건강 장수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하기에 따라서는 2, 3층을 오르내리는 것보다 훨씬 유효한 건강 장수운동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지하철을 자주 타면 첫째 건강에 좋고, 둘째 교통난을 완화할 수 있으며, 셋째 심각한 대기오염을 줄일 수 있고, 넷째 대구시의 막대한 지하철 운영 적자를 줄이는데도 상당히 기여할 수 있으므로 '1석4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만 관절염 환자 등은 지하철 이용이 어려울 것이다.

건강하게 100세 이상(20∼30년 뒤에는 120∼130세까지도) 장수하려면 일반 건강수칙을 지키고 등구를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

전자는 건강 장수의 필요조건이고 후자는 충분조건이라 하겠다.

배재연(전 대구대 행정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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