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박한 시골 소년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에서 소년이 소녀를 처음 만난 곳은 마을 개울가 징검다리이다.
이처럼 다리는 떨어진 두곳을 잇는 연결을 의미한다.
현대에 와서는 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까지 놓이고 있지만 옛날 우리 선조들은 어떤 다리를 만들어 건넜을까.
마침 오는 20, 21일 이틀간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에서는 쌍섶다리 축제를 열어 학생들에게 옛 것을 체험할 수 있는 지역 문화행사를 마련하고 있으니 가족과 함께 찾아가보자.
◇섶다리란?
우리나라는 지형적 특성상 산이 많아 시냇가를 두고 곳곳에 강마을이 생겨났다.
강마을에 들어서면 흔히 볼 수 있었던 것이 섶다리. 섶다리는 옛날 큰 신작로가 뚫리기 전 동네 어귀마다 강을 건너기 위해 참나무나 물푸레나무로 만들었다.
일명 흙다리고도 하는 섶다리는 마을 주민들이 개울을 건너기 위해 만든 임시다리의 성격이 강하다.
보통 추수가 끝난 뒤에 만들어져 이듬해 여름 장마철에 강물이 불어나면 자연히 떠내려가서 없어지는 다리라는 뜻으로 미다리(未橋) 라고도 했다.
Y자형 나무를 구해다가 다릿발로 쓰고, 낙엽송으로 상판을 만들어 솔가지를 얹고 그 위에 흙을 덮어 만들었다.
◇다리(橋)알기
축제에 참가하기에 앞서 다리에 관해 알아둔다면 훌륭한 체험교육이 된다.
△다리밟기놀이-정월대보름 밤 다리(橋)를 밟으면 건강해진다는데서 비롯된 전통적인 민속놀이로 서울 청계천의 수표교를 시작으로 여러 고장에서 놀이로 전승되어 왔다.
이렇게 다리를 밟으면 1년 내내 다리(脚)에 병이 없고, 12다리를 건너면 12달의 액을 막는다 하여 남녀노소.상하귀천의 구별 없이 다리를 찾아다니며 밟았다고 한다.
우리 고장 인근에선 밀양법흥상원놀이, 고려왕 공민왕의 노국공주 피난길을 재현한 안동놋다리밟기 등이 있다.
△연결과 통과의례-다리의 가장 상징적인 의미는 연결이다.
또 마음을 가다듬는다는 통과의례로서의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경복궁 근정전 앞의 영제교는 신하가 왕 앞에 나가기 마음을 가다듬으면서 밟았다고 한다.
경북 양동의 옥산서원 앞 2m 길이의 외나무다리는 서원으로 들어서기 전 정신을 집중하기 위해 밟았다고 한다.
불교에서 사찰로 들어서기 전의 피안교는 열반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쌍섶다리놀이축제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의 마을 주민들이 나서서 300여년 전 숙종때 관찰사가 마을에 들어오기 위해 평창강에 다리를 놓던 것을 재현한다.
이틀간 열리는 행사는 20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쌍섶다리를 배경으로 물지게 진 남자와 물동이 인 아낙 건너기를 시작으로 동자승과 바라 멘 스님 목탁 들고 시주하기, 훈장님과 아이들의 산책, 오줌 싼 아이가 키쓰고 소금꾸러가기, 과거보러 가는 선비, 의병 만세 부르기, 단종 귀양가는 모습 등 다채로운 옛 모습들이 재현된다.
일반인들도 직접 섶다리를 건너 볼 수 있다.
두 개의 섶다리가 있다하여 쌍섶다리라고 불리는 이곳 남쪽 산자락엔 의로운 호랑이의 무덤에 관한 전설이 서려 있는 '의호총'이 있고 주변엔 영월박물관, 별마로 천문대, 김삿갓 유적과, 동강 등이 있어 주말 나들이로도 좋다.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제천인터체인지에서 내려 영월방향으로 가다 연당면에서 북쪽으로 20여분 가면 주천에 다다른다.
김경호(체험교육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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