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지면을 통해 국왕께 고언을 드립니다.
최근 10여년 동안 국왕께서는 수많은 정복전쟁을 펼쳤습니다.
395년 거란정벌, 396년 백제수도 한성 정벌, 398년 숙신정벌, 400년 백제.가야.왜 연합군의 신라 침략 토벌, 404년 대방군에서 백제와 왜 연합군 섬멸, 407년 후연 정벌 등이 그렇습니다.
빼앗긴 영토를 되찾고, 국왕의 위엄을 만천하에 떨친 것은 좋습니다.
민족의 기상을 드높인 것도 좋습니다.
백제와 연합해 우리를 위협하는 가야와 왜를 섬멸한 것도 축하드립니다.
백제의 아신왕으로부터 '영원한 노객이 되겠다'는 항복을 받으셨다니 얼마나 기쁘시겠습니까. 그러나 저는 국왕께서 정복전쟁에 몰두하시는 동안 생겼던 우리 집안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얼마 전에 저의 큰아들이 결혼을 했습니다.
올해 스물 다섯 살입니다.
결혼이 많이 늦은 편입니다.
아들의 결혼이 늦은 것은 남자들이 언제 전장에 끌려갈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언제 전쟁에 나가 죽을지 모를 남자에게 어떤 부모가 딸을 주겠습니까? 더 기막힌 것은 며느리의 혼수품입니다.
며느리가 몇 가지 혼수를 준비했는데 그 중 하나가 수의(壽衣)입니다.
전쟁이 일상화되면서 생긴 풍습입니다.
남편이 언제 전쟁에 나가 죽을지 모르니 너도나도 수의를 혼수로 준비합니다.
수의는 남편이 전장에 나가 먼저 죽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살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결혼을 않고 늙는 것도 걱정이고 결혼해도 남편이 전쟁에 나갈까 걱정입니다.
결혼해서 자식이 생기지 않는 것도 걱정이고, 자식이 생겨도 걱정입니다.
아비 없이 자식을 키워야 할지도 모르니까요. 세상이 온통 걱정 투성이입니다.
잦은 전쟁 때문입니다.
결혼은 젊은 남녀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새 삶을 시작하는 자리에서 죽음을 생각해야 겠습니까? 수의가 혼수품이 돼서야 되겠습니까? 세상을 살만큼 살아본 늙은 저로서는 납득하기 힘든 현실입니다.
조두진기자earful@imaei.com
※역사신문은 역사적 사건 당시 오늘날과 같은 신문이 있었다면 어떤 기사가 나왔을 것인가 생각해보는 지면입니다.
※참고자료:국립 중앙도서관.국가지식정보통합검색 시스템.한국역사연구회.역사신문.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청소년을 위한 한국사.이야기 한국사(이현희).인물 난 미술 서책으로 읽는 한국사(정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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