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슈조명-인간소외

현대사회는 발전할수록 개인의 삶을 분절시키는 특성을 띠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사회 이후 사회학에서 가장 중요한 용어 가운데 하나로 떠오른 것이 '소외'다.

소외는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좁은 의미로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특정한 집단으로부터 배제돼 있는 상황을 말한다.

친구들이 자신을 멀리하는 상황이 단적인 예다.

넓은 의미로 본다면 소외는 한 사람의 삶의 방식이 외부의 힘에 의해 좌우될 때의 상황을 말한다.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공부에 매달려야 하는 수험생, 야근하는 직장인 등 현대사회의 대중은 자신의 선택보다는 외부의 힘에 이끌리는 경향이 있다.

진정한 자신과 멀어져 있는 상황을 자기 소외라고 한다.

양심에서 벗어나 저지르는 범죄, 청년기의 꿈을 잃고 기업이라는 조직의 세포가 돼 자신의 꿈과 희망으로부터 멀어져 있는 상황 등이 단적인 예다.

정치로부터 국민들이 소외되는 현상도 쉽게 접할 수 있다.

국민들의 입장에서 민의(民意)를 충실하게 반영해야 하는 정치가들이 독단이나 정파적 이익만을 추구할 때 대다수 국민들은 소외돼 있는 것이다.

소외라는 개념이 사회과학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반이다.

이 시기는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서구를 휩쓸면서 인류가 역사상 유례없는 사회적 변화를 겪은 때다.

좁은 지역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던 사람들은 연고가 없는 낯선 사람들 틈에서 생활하게 됐다.

이러한 변동과정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이슈가 소외다.

학자들뿐만 아니라 작가들도 작품을 통해 이같은 현상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20세기 초반은 산업사회, 이익사회, 대중사회라는 개념이 주축을 이룬 때다.

소외 역시 이같은 사회 개념 속에서 각기 규정됐다.

산업사회에서의 소외는 대량 생산 시스템과 기계제 대공업이 사회의 기간을 이루면서 인간이 배제된 상황에 주목한다.

공장은 분업 체계에 의해 돌아가고 노동자는 단순한 반복 작업을 처리하는 존재로 전락했다.

거대한 생산 설비에 딸린 부속품의 꼴이 된 것이다.

이익사회는 의식적인 노력이나 목적 없이 구성된 공동사회를 대체하는 개념이다.

서로의 이익을 위해 조직되는 기업체나 의사회 같은 이해집단이 사회의 주축을 이루면서 인간은 서로에게 이익을 위한 협력 대상 혹은 이익 추구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대중사회에서의 소외는 대도시 거주민들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인간적 유대가 없는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무관심하게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지적하는 것이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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