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환경도시를 가다

산업화에 따라 경제적으로는 옛날보다 조금 여유가 있어졌을지는 몰라도 삶의 질을 따진다면 과거보다 나아졌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출간된 '세계의 환경도시를 가다'(유영초 옮김)는 환경 문제를 절실한 과제로 삼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갖은 묘책을 동원한 세계의 선진 환경 도시를 소개하고 있다.

일본의 '닛케이 ECO21'이라는 환경잡지에 2년 동안 연재된 글을 모은 책이다.

책 내용 중 무엇보다 흥미를 끄는 대목은 독일 슈투트가르트시의 '바람 계획'이었다.

남부 독일의 대표적인 산업도시인 슈투트가르트는 193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은 오염도시였다.

슈투트가르트는 대구와 마찬가지로 분지도시이다.

삼면이 300m 표고차의 녹지 구릉으로 둘러싸인 분지인데다 바람마저 약해, 대기오염물질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도심 상공에 머물렀다.

시 당국은 바람을 도시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바람 계획'을 세웠다.

바람의 흐름을 막는 모든 건물과 토지의 형태를 제한하는 방법으로 '바람 길'을 열었으며, 신선하고 차가운 공기를 생산하고 모으는 숲 즉, '공기 댐'을 조성해 도시 외곽을 에워쌌다.

슈투트가르트에서 구획의 구분은 바람 길 흐름에 따라 길게 이어져 있고 건물 높이도 5층으로 통일돼 있다.

시가지 안에도 자투리 공원은 바람을 상류에서 모아 하류의 도심으로 유도하는 병목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시 당국의 노력에 힘입어 슈투트가르트는 '바람이 숨을 쉬는 환경 도시'로 거듭났다.

슈투트가르트시의 '바람 계획'은 대구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분별한 도시 계획의 여파로 대구는 외곽지 바람 길이 대단위 고층 아파트 단지로 대부분 막혀 있는 상태이다.

1969년 미국의 채터누가시는 미 환경보호당국에 의해 '미국에서 대기 오염이 가장 심한 도시'로 선정됐다.

환경보호당국의 발표가 있자 채터누가시는 대기오염억제국을 설치하고 각 공장에 배출가스를 억제하는 필터 장치 설치를 의무화했다.

그로부터 8년 후 이 도시의 대기오염은 환경보호국의 기준치보다 11% 밑돌 만큼 개선됐다.

코스타리카는 생태관광 개념을 처음 도입한 나라이다.

작은 나라지만 전 세계 동물의 5%가 서식하고 있으며, 전 국토의 40%가 원시림이다.

코스타리카 정부는 숲을 지키는 것이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1986년부터 꾸준히 생태관광에 힘을 기울였다.

그 결과 1990년부터 관광산업은 해마다 15%씩 성장했고 1992년부터는 바나나와 커피를 제치고 관광산업이 이 나라 최고의 산업으로 발돋움했다.

이 책은 '꿈의 도시'라 일컬어지는 브라질의 쿠리티바와 세계적인 환경 선진국인 스웨덴의 예테보리, 독일의 환경수도로 손꼽히는 에칸페르데 등 환경도시로 세계적 위상을 높인 곳들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편저자는 서문을 통해 "환경 문제의 해결은 '지구 레벨에서 사고하고 발을 딛고 선 곳에서 실천하라'는 것이 기본 원리"라고 강조한다.

공무원 특히 환경 담당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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