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생산직은 NO 사무직 없나요?"

18, 19일 이틀간 기업 인력난 및 실업 해소를 위한 채용박람회가 열린 대구 달성공단내 외환은행 달성지점 3층 대강당.

사상 최대의 청년 실업난을 반영하듯 박람회 내내 북새통을 이룬 이곳은 달성공단, 성서공단, 고령군, 창녕 등지의 우수 중소업체가 대거 몰렸지만 구인과 구직의 눈높이 차이가 여전했다.

실업률이 치솟는데도 생산직 인력은 계속 줄어드는 모순속에 빠져있는 중소업체들은 현장에서 일할 젊은 인재들을 원했지만 구직자들은 기획, 관리 등 사무직에만 대거 몰린 것.

박람회장 보국전기공업(주) 부스. 이 업체는 지난해 11월 수출 500만달러를 돌파해 대통령표창까지 받은 우수기업이지만 기계가공 등의 현장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병역특례병이 자꾸 줄어드는 데다 외국인 고용허가제까지 시행돼 쓸 만한 생산직 인력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참가했지만 구직자들은 역시 생산직을 꺼렸습니다.

대부분의 청년들이 기획, 관리 부서 근무를 희망하지만 이쪽 자리는 단 하나뿐입니다".

이원훈(46) 보국전기공업 총무과장은 실업률은 사상 최대라는데 여전히 쉽고 편한 일만 찾는 젊은 실업자들의 세태를 안타까워했다.

자동차부품 생산업체인 삼성공업(주) 최장무(42) 총무차장도 씁쓸하기는 마찬가지. 삼성공업은 대졸 자격의 기계설계, 고졸 또는 전문대 졸 이상의 범용선반, 열처리 현장 인력을 구하기 위해 박람회에 참가했지만 결과는 신통찮았다.

"기름얘기만 나오면 눈빛이 달라집니다.

힘들고 지저분한 일은 아예 관심 밖이죠. 전화상담 중엔 단지 기숙사가 없고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취업을 꺼리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실제 인터넷 취업 사이트에서 채용박람회 소식을 듣고 아침부터 대거 몰려든 구직자들 경우 생산직이 너무 많다며 다소 실망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온라인, 우편으로 50~60건 이상의 원서를 냈지만 면접조차 쉽지 않았다는 김모(27)씨와 박모(27)씨는 "생산직보다는 기획이나 무역쪽 일을 해보고 싶다"며 "150여 업체중 마음에 드는 업체가 단 4군데밖에 없어 실망"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박람회 참가업체들은 20, 30대 실업자들이 정말 일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우선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메카트로닉스(기계와 IT가 결합한 신산업)업체로 최근 공장 자동화의 물결을 타고 일거리가 넘쳐나지만 기계 및 전기 설계자를 구하지 못해 박람회에 참가한 (주)윈텍 곽상선(40) 관리팀장.

그는 "지난 2년간 2, 3개월 간격으로 구인 광고를 냈지만 철야 근무와 근로시간이 일정치 않은 작업 특성 때문에 아직까지 사람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며 "20, 30대 실업자들은 현장이냐 사무실이냐를 떠나 회사의 미래와 비전을 근거로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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