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궁지 몰린' 野, '탄핵 철회론' 확산

탄핵 역풍으로 궁지에 몰리고 있는 야권에서 탄핵철회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수도권 출신 소장파들이 중심이 된 탄핵철회론의 배경은 수도권 전패 시나리오이다.

KBS가 지난 2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드러났듯이 탄핵 역풍을 잠재우지 못하는 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수도권에서 전패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남경필(南景弼) 의원 등 한나라당 수도권 소장파 27명은 21일 한강 둔치의 '천막당사'에서 성명을 내고 '한나라당의 대국민사과'와 '탄핵 재검토'를 주장, 사실상 탄핵철회를 요구했다.

또 대표 경선에 나선 김문수(金文洙) 의원은 더 나아가 "국민이 최고 권력기관"이라며 "대표가 되면 탄핵안 철회를 공론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지도부는 탄핵불가를 고수하고 있다.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22일 상임운영위원회에서 "총선만이 정당의 존립근거가 아니다.

신념과 정체성을 바탕으로 하는 정치적 결사체가 정당"이라며 "원칙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짧은 기간이나마 국민의 마음을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탄핵안이 대의였음을 강조했다.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대표도 "죽는다면 한번 죽어야지 두번 죽어서는 안된다"며 탄핵철회론을 일축했다.

여기에다 김문수 의원을 제외한 대표 경선주자 4명도 모두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어 탄핵철회론이 대세를 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소장파들의 탄핵철회론은 글자 그대로 탄핵을 없었던 일로 하자는 것 보다는 민심을 되돌리기 위한 이벤트라는 것이 당 안팎의 일치된 시각이다.

당초 시간이 지나면 역풍은 수그러들 것이라는 전망과는 달리 열린우리당과 지지도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탄핵철회라는 '쇼'도 필요하다는 것이 소장파들의 속내다.

문제는 탄핵철회가 과연 열린우리당 독주체제 국면의 막을 내릴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이에 대한 당내 시각은 회의적이다.

여론이 탄핵안 가결 자체를 문제삼고 있는 마당에 탄핵을 철회한다고 해서 돌아선 민심이 되돌아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양당의 전통적 지지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기면서 지지기반 와해라는 더 어려운 상황에 빠진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또 있다.

탄핵안을 가결시킬 때의 명분은 무엇이고 철회하려는 명분은 또 무엇이냐는 것이다.

한나라당내에서 "이대로 가서 총선에서 지면 장렬한 산화가 되지만 탄핵철회로 가면 비참하게 죽는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우려 때문이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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