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헌정사상 초유
지난 12일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는 여야 정파간의 치열한 몸싸움과 국회의장의 경호권 발동 등 우여곡절 끝에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으로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다.
1948년 7월 17일 대한민국 헌법이 공포 시행된 이래 반백년이 지나는 동안 경험하지 못한 사건이다.
우리는 별의별 헌정 역사를 쌓아왔는데 이번에도 또 다른 초유기록을 남기게 되었다.
국가나 민족에게 바람직하지 않지만 어쨌든 극복해야 할 과제가 우리 앞에 던져져 있다.
Ⅱ. 난무하는 독선과 독단
탄핵가결 이후 한주일이 지나는 동안 백가쟁명은 양반이고 전투적이고 격렬한 주장이 쏟아지는 등 너무나 혼란스럽다.
이 와중에 일부에서는 정파적 이익을 노려 독선적이고 독단적인 견해를 제시하거나 강변하고 있다.
이들의 목적은 '위기의 극복'이 아니고, '위기의 조장'이다.
'경제불안심리 해소'가 아니라 '경제불안심리 야기'가 그 속내다.
자신이 속한 정파나 조직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주장도 어떤 사실왜곡도 서슴지 않는다.
저급수준의 극열파들이 항용하는 선전선동을 방불케 하고 있다.
몇 가지 대표적 사례를 들어 독단과 독선을 경계하고자 한다.
Ⅲ. 헌정의 중단이 아니다
특정 일부 정파와 이들에 동조하는 단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국회의 탄핵안 가결을 '의회 쿠데타'로서 '헌정 중단'을 가져 온 폭거라고 매도했다.
헌정중단이란 다 알다시피 헌법 질서나 헌법의 기능이 전면적으로 차단될 경우를 지칭한다.
박 대통령 시해 사건 때에도 쿠데타 기도가 실패함으로써 헌정은 그런대로 유지되었다.
이번의 탄핵조치는 헌법이 미리 상정한 일이고 헌법과 법률의 지시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다.
헌정진행의 다른 모습이다.
헌정중단은 너무나 사실왜곡이자 독단.독선의 극치다.
결국 그 저의는 소속 정파나 집단의 이익을 증폭키 위해 선전선동하려는 것일 뿐이다.
탄핵에 대한 찬반을 떠나 사실왜곡과 선전선동은 삼가야 마땅하다.
Ⅳ. 탄핵심판은 엄정과 신속의 양 이념을 지켜야 한다
탄핵에 반대하는 일부 정파나 단체들은 노 대통령 탄핵은 탄핵사유가 되지 않는 만큼 총선 전에 신속히 기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결론이 분명하니 끌지 말고 바로 결정해야 한다는 요지다.
그와 연계하여 '탄핵무효'때까지 매일 촛불시위를 하겠다고 하여 경찰을 자극하고 있다.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유는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다.
간단히 요약하더라도, 대통령으로서의 정치적 중립성 등 공명선거훼손 여부 그리고 대통령 측근들 비리와 연루 여부, 국정 운영상의 부적절 등 대단히 포괄적이다.
여기에 소추하는 측은 심리과정에서 보다 구체화, 세분화하는 작업을 하여 더욱 살을 붙일 것이 예측된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측 변호인은 그 하나하나에 반대증거와 논리를 제시할 것이다.
대통령직을 놓고 헌법재판소 법정에서 대전쟁이 전개될 것이다.
양측이 제시하는 증인, 자료들에 대해 증거조사까지 감안하면 한국재판사상 유례가 없는 방대하고 극적인 법정드라마가 펼쳐지게 된다.
누가 원하든, 원치 않든 그렇게 갈 것이다.
신속히 끝나는 경우도 있다.
노 대통령측에서 탄핵사유를 자백하거나 또는 사임하거나, 그 반대로 소추측에서 사실상 소추를 포기하거나 아니면 소추를 철회할 때에는 어느 경우나 그야말로 신속히 끝난다.
그러나 그렇게 예상하기는 곤란하다는 게 중설이다.
그렇다면 탄핵 심판은 대통령을 파면하여 축출하는 여부를 결정하는 만큼 매우 신중하고 공정하며 엄밀하게 심리해야 마땅하다.
결국 재판의 양대 이념인 신속과 엄정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결론을 미리 내고 하는 재판은 재판이 아니라 재판의 형식만 뒤집어 쓴 쇼에 다름 아니다.
Ⅴ. 재판결과 여부에 흔들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이제 제법 성숙해 있다.
탄핵 재판결과가 여하튼 군사 쿠데타는 일어나지 않는다.
사회질서 역시 국민과 공권력 기관이 협조하여 잘 유지될 것이다.
국가안보나 경제, 외교에서도 큰 무리 없이 잘 극복해 갈 것으로 모두들 믿고 있고 그렇게 예상된다.
고건 대통령권한대행 체제가 순항하는 것이 바로 그 증좌다.
문제는 재판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데 있을 것이다.
유리한 결론이면 '구국의 결단'이고 불리한 결론이면 '망국의 책략'이라는 이분법을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우리 사회를 법치질서 속에 한 차원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왔다.
재판진행을 지켜보고, 결과에 승복한다면 재판의 향배와 상관없이 우리나라는 다시 도약하는 초석을 다지게 되리라고 본다.
이경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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