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과 비슷한 시기에 당쟁을 비판했던 다른 인물은 "택리지"의 저자 이중환(李重煥)이었다.
이익보다 10년 연하였던 그도 당화를 겪었다.
경종 3년(1723) 목호룡(睦虎龍) 고변사건에 관련되었던 것이다.
이잠의 우려대로 노론에서 경종을 살해하려 했다는 것이 목호룡 고변 사건인데 이 때 이이명, 김창집 등 노론 4대신을 비롯해 많은 노론 인사들이 사형 당했다.
사건 조사 와중에 경종이 의문사하고 노론이 지지하는 영조가 즉위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이중환은 10차례 이상의 고문을 당했지만 초인적 의지로 혐의를 부인해 목숨을 건지고 유배형에 처해졌다.
귀양에서 풀린 후 이중환은 사대부가 살 만한 곳을 찾아 헤맸으나 "무릇 사대부가 사는 곳 치고 인심이 무너져 내리지 않은 곳이 없다"라는 결론을 내렸는데 그의 당쟁 비판 글 역시 오늘의 정치를 묘사하는 듯 생생하다.
"현명한 사람이냐 어리석은 사람이냐, 혹은 그 인품이 높은 사람이냐 아니냐는 평가도 오로지 자기 당색(黨色)의 기준으로만 내리기 때문에 다른 당파에게는 통할 리 없다…하늘에 가득 찰 만한 죄를 범한 사람이라도 타당파의 탄핵을 받으면 시비곡직(是非曲直)을 따질 것도 없이 떼거리로 일어나서 그 사람이 옳다고 변호하고 도리어 그가 아무 잘못이 없는 사람이라고 한다.
반면 비록 행실을 닦고 큰 덕을 쌓은 사람이라도 자기 당파가 아니면 먼저 그 사람에게 나쁜 점이 있는지를 살핀다("택리지"'인심'조))
이익은 "택리지"를 읽고 "이런 글을 나는 일찍이 본 적이 없다"며 "사대부가 살기에 알맞은 곳으로 가지 못하니, 자기 자신을 쓰다듬어 더욱 서글퍼짐을 저절로 깨닫지 못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익 역시 당쟁의 땅을 떠나고 싶어 했던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이런 글을 옛일로 치부하며 살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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