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성장과 개발뒤에 오는 것

학창시절에 유독 재미없고 지루했던 학과목 중 하나가 공업, 기술이었다.

성향자체가 안맞는데다 별 관심이 없었다.

그땐 이런 생각을 했었다.

어차피 대학입시에서 점수 따기는 마찬가지인데, 도시 고등학교에선 왜 농업을 배우지 않는지….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부쩍 공동체와 귀농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참다운 인간성 구현에 따른 살아숨쉬는 공동체, 흙에서 온 인간은 흙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성서 진리에 입각한 땅으로의 귀환을 그땐 참으로 목말라하고 있었다.

새로운 신 자유주의적 세계경제질서로 인한 빈곤문제는 이제 어느 특정한 계층만이 겪는 것이 아니라 일반서민들앞에 놓여진 일반적인 문제가 되었다.

산업구조 변화와 고용 불안정, 사교육비의 증가로 결국 없는 사람들은 경쟁능력을 잃어간다.

인간의 삶이 과학기술 문명의 발달과 첨단화된 정보화 시스템, 기계화 등으로 인해 어느때보다 더 풍요로움을 누리지만, 그 이면에는 비인간화와 인간의 소외는 피할 수 없는 현실로 성큼 다가와 있는게 사실이다.

일전에 녹색평론사 출판의 '오래된 미래'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은 독특한 문화와 자립자족의 검소한 생활방식으로 행복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라다크 인들에 대한 이야기다.

문화적으로는 티베트에 속하고 실제로 작은 티베트라 불린다.

이 책에서는 인간의 근원적인 고향인 땅과 함께 살아가며 전통적인 농촌사회의 아름다운 나눔과 전통들을 잘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구석구석까지 파고드는 서구문화와 상업자본의 침투가 전통적 사회 라다크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서구식의 개발을 강요당하며 외적으로는 보다 살기 좋은 사회로 나아가는 것 같지만, 라다크인들의 마음의 평화와 가족관계, 공동체 관계는 점점 붕괴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간혹 사람냄새가 그립다는 분들이 있다.

땅에 심어질 우리자신들을 생각해보면서 자기중심에서 비껴서야 할 때다.

나아가 상호간의 두터운 신뢰와 상부상조가 필요한 때이다.

적게 생산한만큼 적게 소비하는 지혜의 마음과 자연의 겸허함을 통해 참다운 나눔이 실천되는 건강한 사회를 소망해 본다.

임종필 천주교 대구대교구 성소담당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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