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7대 총선 열전지대를 가다-영천

지역·혈연·세대 복합변수

이제서야 조금 선거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정도다.

후보들의 이름이 새겨진 차량이 다니고 마이크를 통해 로고송도 흘러나오는 등 지난 주말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고 선거분위기가 일고 있다.

특히 영천장이 열린 2일과 금호와 신령 장날인 3일 사람들은 북적대는 장터에서 '뜻하지 않은' 인사를 받고서야 선거가 임박했음을 알 정도였다.

그리고 삼삼오오 모여 '누가 낫다', '누가 누구표를 잠식한다'는 등의 이야기가 조금씩 나왔다.

영천은 대구.경북권에서 역대로 선거전이 치열하기로 손꼽히는 곳이다.

이번에도 예외없이 선거구도가 빡빡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영천지역은 투표 성향에서 동부동 등 5개 동, 금호읍과 고경.신령.대창 등 1개읍과 10개면 등으로 구성돼 있지만 시지역과 읍 그리고 면지역이 다소 다른 경향을 보여왔다.

5개동 인구는 5만6천여명이고 면부는 4만2천여명이다.

여기에 금호읍 인구 1만4천여명을 보태면 동지역과 비슷한 인구 분포가 된다.

또 후보의 출신지에 따라서도 몰표 현상이 예외없이 나타난 곳이다.

특히 남조북정(南曺北鄭)이라고 할 만큼 씨족간 대결 구도가 첨예하게 나타나 선거의 향배를 가르는 곳이기도 하다.

대성(大姓) 출신 후보가 유리한 대표적 선거구 가운데 하나다.

이런 복합적인 구도가 어우러지는 것이 역대 영천지역 선거의 특징이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는 세대간 대결 구도도 가미됐다.

40대의 이덕모(李德摸), 문덕순(文德淳), 이동근(李東根) 후보 등 3명과 60대의 최상용(崔相容), 송두봉(宋斗峯) 후보 등 2명이 나섰다.

다만 장.노년층 지지가 강한 한나라당 이덕모 후보는 40대고 청.장년층 지지가 많은 열린우리당 최상용 후보는 60대라는 점도 흥미롭다.

여기에 토착성이 강한 문덕순.이동근 후보의 밑바닥 다지기도 가세돼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각 후보 캠프의 주장이다.

지역별로는 시지역은 오래 바닥을 누비며 출마 준비를 해온 문덕순 후보와 3사관학교를 나온 이동근 후보 그리고 열린우리당 최상용 후보가 상대적으로 선전하는 곳이다.

금호읍 역시 최 후보의 고향이다.

씨족간 대결에서는 이동근(경주 이씨) 후보와 최(경주 최씨) 후보는 밀릴 게 없다는 판단이다.

또한 한나라당의 공천 후유증이 얼마나 위력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갈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나라당 이 후보측은 이제 교통정리가 거의 이뤄져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문덕순.이동근 두 후보는 본떼를 보이겠다고 벼르고 있고 최 후보는 현재의 구도가 최선이라고 강조한다.

반면 면 지역은 노년 인구가 많고 조직의 힘이 발휘된다는 점에서 한나라당 이덕모 후보가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근혜 효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천군만마다.

박헌기(朴憲基) 의원의 지지 가세로 분위기도 상승세다.

초기의 열세를 벗어나 다시 불기시작한 한나라당 바람을 타고 승기를 잡았다는 것이 이 후보측 주장이다.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의 노인폄하 발언도 호재다.

다만 화북.화남.화산면 인근 지역은 이동근 후보의 근거지다.

또 최근에 있었던 영천 노인회장 당선자가 우호적이지 않은 인사라는 점에서 신경을 쓰고 있다.

노인표의 조직적 흡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영천에 상당한 지명도를 갖고 있는 이덕모 후보의 장인은 낙선자 진영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인회 조직에 대해서는 문 후보가 우위를 주장한다.

엄격한 선거법 때문에 과거처럼 조직을 움직일 '총알'에 기댈 수 없다는 점이 이덕모 후보로서는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한편 이 지역 선거의 최종 판가름은 매번 선거에서처럼 농촌지역 즉 면부의 표심이 어떻게 쏠리느냐에 달려 있다고 한다.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어느 후보가 면 지역 고령의 유권자들을 조직적으로 투표장으로 동원할 수 있느냐에 향배가 갈릴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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