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의제언-선거법 시각장애인 차별안 개선돼야

흔히들 21세기는 다원화.정보화 사회,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사회라 주장하고 있으나 시각장애인들은 이번 17대 국회의원선거에서도 차별을 받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다.

그 단적인 예를 선거법에서 찾을 수 있다.

공직 선거 및 선거부정 방지법 제65조, 규칙 제30조를 살펴보면 후보자별 선거공보(점자형 선거공보)의 규격은 길이 26㎝, 너비 19㎝로 하되 100g 이내의 종이로 작성해야 한다.

다만 점자형 선거공보는 120g 이내의 종이로 작성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들을 전혀 고려치 않고 만들어진 법이라 현실성이 떨어진다.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글(묵자)은 크기 조절과 모양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지만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하는 글(점자)은 크기와 모양이 고정되어 있다.

그래서 위의 규격에 맞추기가 상당히 힘들다.

그리고 이 선거법에 따라 점자형 선거공보를 제작한다면 사진과 그림은 점자의 특성상 들어가지 못하고 글자도 1천300~1천400자 내외로 원고지 6, 7장 정도의 분량만 들어갈 수 있다.

그래서 점자형 선거공보는 일반인들에게 배포하는 선거공보물에 비해 그 내용이 발췌되어 제작될 수 밖에 없다.

원고지 7장으로 후보자를 판단하라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시각장애인들에게도 발췌된 선거공보물이 아니라 전체 내용이 다 들어갈 수 있도록 해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더 알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그러려면 제한된 규격을 완화해야 한다.

지금의 규격에서는 전체 내용이 다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더 이상 이런 차별을 받지 않도록 선거법 개정을 촉구한다.

잘못된 법으로 인해 불만이 쌓여가고 예산을 낭비하는 어리석은 일들은 이제는 없어져야 하고 시대에 맞추어 당사자의 의견이 수렴되어 달라져야 된다.

주권자로서 누려야 할 권리가 시각장애라는 신체적 특성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무시당하고 차별받는 일은 이제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이재호(경북점자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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