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詩와 함께 하는 오후

사과는 내 손에 넘친다.

수밀도는 내 손에 넘친다.

솜구름이 지나가면서

금의 바늘로 건드린다.

아프고

간지러운 손바닥.

둥근 하늘은

내 손에 넘친다.

네 유방은 내 손에 넘친다.

-전봉건 '유방(乳房)'

초현실주의에서 말하는 '잠재의식의 받아쓰기' 기법으로 쓰여진 시로 볼 수 있다.

그래도 그 잠재의식을 거세거나 거칠기보다는 부드러운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한 알의 사과가 수밀도(복숭아)로 전이되고 끝내는 유방으로 변화한다.

그런데 그것들 모두 내 손에 넘친다고 시인은 표현하고 있다.

손에 넘친다는 것은 스스로 소유하고 누릴 수 없는 단계이며 궁극적으로 삶의 아픔이라는 말이 될 것이다.

서정윤(시인.영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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