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오락물 '심리추리' 경쟁 시청률 점령작전

진짜 같은 가짜가 판치는 세상, 진실을 얘기하기보다는 연기하는 사람이 더 많은 세상이다.

대중문화의 트렌드를 가장 먼저 반영하는 TV오락프로그램에서도 천연덕스러운 거짓말과 가짜가 득세하고 있다.

출연자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패널과 방청객, 시청자들을 속이느라 능청을 떨고 이들의 거짓말이 그럴 듯할수록 방청객들의 탄성은 더욱 높아만 간다.

안정된 시청률을 보이며 시청자들을 사기극의 세계로 유혹하는 TV 오락프로그램들의 현 주소를 짚어본다.

▨봇물 이루는'심리추리'프로그램

현재 방영 중인 심리추리 프로그램은 MBC '누구누구',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SBS '실제상황 토요일', '이경규의 굿타임', '진실게임' 등 5편에 이른다.

지난달 19일 첫 방송된 SBS '이경규의 굿타임'은 5명의 연예인이 출연해 총 4라운드에 걸쳐 거짓말을 하는 한 명의 출연자를 찾아내는 프로그램. 지난 2일 방송에서는 1964년 스타킹 쓴 도둑이 기승을 부려서 나일론 생산이 중지됐다고 우겼던 김성수가 최고 거짓말쟁이에 등극했다.

토요일 오후 같은 시간대에 방송되는 SBS '실제상황! 토요일-X맨을 잡아라'와 MBC '누구누구'도 심리게임을 벌인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실제상황! 토요일'에서는 10여명의 연예인 가운데 팀이 지도록 은밀하게 게임을 방해하고 팀워크를 교란하는 임무를 맡은 X맨을 찾아내는 형식. 게임 도중 계속 게임을 지도록 만든 사람들을 비춰주며 단서를 제공하지만 X맨의 정체는 항상 출연자들의 허를 찌른다.

'누구누구'는 남.여팀으로 나뉘어 무대 위 베일에 숨어있는 일반인이 과연 양 팀의 누구와 관계있는 사람인지를 맞추는 프로그램이다.

그럴 듯하게 진짜 같은 면모를 보이면서 예기치 못한 상황 속에서 얼마나 재치를 발휘해 위기를 넘기느냐가 관건.

SBS '진실게임'과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는 비교적 오랜 기간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어왔다.

지난 99년 방송을 시작한 '진실게임'은 매 회 하나의 아이템을 선정해 그로 분한 가짜들 사이에서 진짜가 누구인지 가려낸다.

'진짜 20대는 누구인가?', '백번 선 본 남자는?', '진짜 남자를 찾아라' 등 다양한 아이템을 선보여 왔다.

2002년 재연 프로그램의 붐을 타고 안방을 찾은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는 20%를 넘나드는 시청률로 일요일 아침 시간대를 장악하고 있다.

역사 속 미스터리를 소개하는 메인 코너와 세 개의 이야기 중 하나의 거짓을 출연자들이 찾아내는 '진실 혹은 거짓'으로 꾸며진다.

▨진실이 실종된 '거짓말 프로그램'

이처럼 엇비슷한 형식의 프로그램들이 양산되다보니 표절시비에 휘말리기도 한다.

'실제상황! 토요일'의 경우 미국 ABC 방송의 '더 몰'(The Mole)과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더 몰'은 경기에 참가한 10여명 가운데 한명이 스파이로 정해지고 참가자는 스파이의 방해를 받으며 임무를 수행하는 형식이다.

이에 대해 연출을 맡은 공희철 PD는 "레크리에이션 게임의 일종인 '마피아 게임'에 착안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도 방영 초기 표절 의혹을 받았다.

미국 폭스 TV에서 97년부터 2002년까지 방영됐던 '신비! 텔레비안 나이트'(원제 Beyond Belief: Fact or Fiction)라는 프로그램과 형식과 스토리가 너무 비슷하다는 것. 이 프로그램은 실제 일어났던 진실 3편과 꾸며낸 거짓 2편을 재연한 뒤 사실 여부를 맞추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천편일률적인 심리 프로그램이 봇물을 이루는 현상은 창의성이 고갈된 제작진의 안이함이 부른 결과라고 지적한다.

스타들의 인간관계에 흥미를 느끼는 대중들의 심리와 거짓을 통해 상대방의 반응을 엿보는 재미를 교묘히 결합했다는 것. 주철환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비슷한 포맷을 큰 틀로 잡고 여기저기서 조합한 아이템을 집어넣어 만든 이런 식의 프로그램들은 방송의 다양성을 저해하고 결국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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