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밖에서 배운다-전통 한옥마을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재건축', '뉴타운'의 위세에 옛 집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도심에서는 나지막한 처마 밑의 제비집은 이제 더이상 보기 힘들다.

시멘트로 둘러친 건축물, 아파트는 대청마루에 앉아 시원한 봄바람을 맞는 여유조차 느낄 수 없게 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삶의 지혜가 깃들어 있는 전통마을이 체험학습 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대구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도 전통 한옥마을과 고풍스런 서원이 있다.

한옥은 집의 구조에서부터 만드는 재료에 이르기까지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대청은 모두를 위한 열린공간으로 마당은 마당대로 큰일을 치르는 공간으로 쓰였다.

온가족이 함께 전통마을을 찾아 파릇파릇한 나무들 사이로 햇살 가득한 들판을 산보 삼아 걸어보자. 높다란 흙 담과 잘 정돈 된 기와집들 사이로 한옥 구경도 하고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는 서원의 대청마루에 앉아 옛 선인들의 글 읽는 소리도 느껴보자.

◇남평문씨 본리세거지(南平文氏 本里世居地)

인흥마을(달성군 화원읍 본리)은 고려 말 중국에서 목화씨를 가져온 문익점 선생의 18대손인 문경호 선생이 터를 잡고 살았던 곳으로 전통가옥 9채와 재실 2채, 문고 1채가 들어서 있다.

마을입구에 들어서면 방문객을 가정 먼저 맞는 것은 한옥 양식의 솟을대문과 팔작지붕의 수봉정사. 1930년대 지어진 건물로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어떤 규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지은 건축양식을 엿볼 수 있다.

수봉정사와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위치한 남평문씨 문중 서고인 인수문고에는 여지승람(輿地勝覽),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 등 1천여종(1만권여권)의 고서들이 보관돼 있다.

수봉정사 뒷담으로 해서 오른쪽으로 끼고 돌면 나타나는 광거당. 누마루에 추사 김정희의 현판이 걸려있는 이곳은 다른 한옥마을과 달리 2m 이상 되는 흙담이 인상적이다.

◇인흥서원과 명심보감

인흥서원은 문씨 세거지 바로 맞은편에 자리잡고 있다.

고려 이학(理學)의 대가인 노당 추적(1246~1317))선생을 모신 서원이다.

노당 선생은 고려 충렬왕 당시 안향과 함께 벼슬길에 올라 사학에 많은 관심을 가져 대표적인 생활 예절서로 알려진 명심보감을 저술한 분.

서원은 조선 고종3년에 노당 선생의 20세손인 추세문 선생이 창건했다.

인흥서원내 장판각에는 명심보감 목각판이 소장돼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200매 가량의 목판 가운데 대부분이 유실되고 31매만 보존되어 있다.

지금 서원은 노당선생의 24세손인 추연섭 옹(82세)이 맡아 관리하고 있다.

서원을 방문한다면 선생의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영어 안내도 재미있는데 노당 선생의 업적을 평시조로 읊어주기도 한다.

4월 하순쯤부터는 매주 일요일 오후 3시부터 100여 분간 방문객을 대상으로 추적 선생과 명심보감에 대해 무료 강의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문의)053-422-1530.

◇눈여겨 볼 한옥체험

전통 한옥마을을 찾는다면 주위의 풍세를 살펴보자. 대부분의 전통 마을은 풍수지리설에서 말하는 소문난 명당에 터를 자리잡고 있다.

남평문씨 세거지도 마찬가지. 명당의 의미와 명당의 조건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간다면 마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한옥의 지붕 형태, 처마의 곡선, 문의 창살과 문양에 대해서도 눈여겨보자. 자연 그대로의 멋을 살린 서까래와 기둥들은 선조들의 미의식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김경호(체험교육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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