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합학력평가로 본 응시경향

올해 고3생은 참으로 피곤하다.

입시제도가 바뀌었기 때문만이 아니다.

오히려 바뀐 제도의 예측 불가능성이 더 힘들게 만들고 있다.

7차 교육과정과 그에 따른 2005학년도 입시 제도는 그동안 많은 논란을 일으키며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불안하게 해 왔다.

당초에는 선택한 몇 과목만 공부하면 되기 때문에 학습 부담이 줄어들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요 대학들이 전 영역 응시를 요구함에 따라 맞춤식 공부는 별 의미가 없어졌다.

여기에다 사회/과학/직업탐구 영역에서 어느 과목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표준점수 유.불리가 달라지기 때문에 올해 수능은 '로또 수능'이 될 것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지난달 26일 서울시 교육청이 주관한 연합학력평가 채점 결과는 올해 수능을 전반적으로 예측하고 특히 선택 과목별 응시 경향을 살펴보는 데 좋은 자료가 되고 있다.

◇선택과목별 응시경향

전체 응시자 47만여명 가운데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의 응시인원은 모두 45만명을 넘었다.

'2+1' 체제 대학이 많은데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은 학기 초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직은 완전히 포기할 단계가 아니라는 생각들인 것. 실제 수능에서는 응시자 분포가 이렇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그러나 수리영역은 '가'형 응시자가 15만894명(33.4%)인 데 비해 '나'형은 30만1천477명으로 인문계 학과가 요구하는 '나'형 응시생이 더 많았다.

지난해 10월과 12월 두 차례의 평가와 비교하면 '나'형 응시자가 '가'형에 비해 2배나 늘어났다.

이는 학생 모집을 위해 자연계 학과에서 '나'형 응시를 허용한 대학이 늘어난 데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탐구영역의 경우 사회/과학탐구 영역은 응시생의 86%가 4개 과목에 응시했으며 직업탐구 영역은 3개 과목 응시생이 92%였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대한 응시한 것이다.

4개 과목까지 선택이 가능한 사회탐구에서는 한국지리 응시자가 66.2%로 가장 많았고 사회.문화(64.4%), 한국 근.현대사(56%), 윤리(49.9%) 순이었다.

지난해 2차례 평가와 비교해서는 국사 응시자는 감소한 반면 한국 근.현대사는 증가했다.

학습 부담을 줄이려는 응시자가 많은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과학탐구 8개 과목 가운데는 I과목이 II과목보다 응시자가 많았으며 I, II과목 모두 화학, 생물, 물리, 지구과학 순으로 응시자가 많아 지난해 학력평가와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직업탐구 영역에서는 컴퓨터 일반, 상업, 경제, 회계원리 과목 순으로 응시자가 많았다.

제2외국어/한문영역에서는 일본어 I, 중국어 I, 한문, 독일어, 프랑스어 순이었다.

제2외국어/한문영역 응시자는 작년 2차례 평가에 비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이 영역만을 요구하는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만 응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평가에서 나타난 수험생들의 과목 선택은 지난해 2차례의 모의평가와 지난달 사설기관 주관 모의고사와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의 모의평가를 주목해봐야 하겠지만 실제 수능에서도 이 같은 응시경향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대비책

올해 수험생들의 최대 관심사는 선택 과목별로 난이도에 따라 유.불리 폭이 얼마나 될까이다.

지난해 평가원 주관 모의평가에서는 과목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 바 있다.

이번 모의평가 채점결과에서도 난이도에 따른 유.불리 현상은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시험의 난이도와 응시집단에 따라 점수 분포가 달라지고, 개인별 표준점수도 평가할 때마다 달라지므로 선택과목의 경향성을 발견한다거나 수능 전에 난이도를 예상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표준점수는 많은 선택과목들 간의 난이도를 일치시키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난이도 차이에 관계없이 같은 기준으로 점수를 환산하려는 제도이다.

그러나 표준점수로 환산하더라도 과목별로 저득점이나 고득점 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어쩔 수 없으므로 선택과목에 따라 표준점수 차이가 나는 것은 불가피하다.

실제로 지난해 10월과 12월, 올해 3월 치러진 평가를 살펴보면 과목별 표준점수는 시험을 치를 때마다 달라져 어느 과목이 유리하다거나 불리하다고 섣불리 판단하기 힘들다.

사회탐구영역 가운데 학생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한국지리의 경우 1등급 표준점수는 65점으로 지난해 10월 66점, 12월 67점에 비해 낮아졌다.

응시 학생이 다소 줄어든 국사의 경우에는 오히려 지난 10월 평가보다 1점 올라 68점이었다.

과학탐구 영역에서는 물리1의 1등급 표준점수가 67점으로 화학1의 64점과 비교해 3점이나 차이가 나므로 이번에는 물리를 선택한 학생들이 유리했다.

수험생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향후 대학들이 어떤 방식으로 특정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 현상을 조절하느냐이다.

상위권 주요 대학들은 표준점수를 그대로 활용하지 않고 나름의 방식으로 다시 환산해 활용하거나 백분위를 전형자료로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도 이를 권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 대학들 가운데는 상위권 대학처럼 표준점수 차이를 좁힐 수 있는 구체적인 요강을 아직 발표하지 않고 있으므로 여기에 관심을 놓아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응시 과목을 쉽사리 바꾸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집단의 학력 수준이나 모의평가의 난이도 등에 따라 차이가 달라질 표준점수 분포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

학교에서 수업하는 과목 가운데 자신의 적성에 맞고 지망하고자 하는 대학, 학과에서 요구하는 과목을 선택해 흔들림 없이 공부하는 태도가 바람직하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도움말:송원학원 진학지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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