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투·개표가 이뤄져 열전의 막을 내린 제17대 총선 레이스는 연예인의 역할이 전에 없이 적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연예인 출마자가 종전에 비해 크게 줄었을 뿐 아니라 정당들의 연예인 동원사례도 찾기 힘들었다. 일부 연예인과 대중문화 인사들이 탄핵반대 촛불시위에 참여하거나 특정정당 지지선언을 하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유명 연예인 출신으로 이번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인사로는 탤런트 출신의 김을동씨가 유일했다. '장군(김좌진)의 손녀'인 김씨는 경기 성남수정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금배지에 도전했으나 16대에 이어 또다시 여의도 입성에 실패했다.
연예인 출신의 총선 지역구 출마는 최근 갈수록 주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탤런트 이순재씨, 코미디언 이주일(작고)씨 등이 14대 때 국회에 들어간 데 이어 탤런트 최희준·정한용(15대)씨, 영화배우 강신성일(16대)씨 등이 차례로 입성했으나 숫자는 국회의원 선거를 거듭할수록 감소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출마자 자체를 발견하기 어려웠던 이번 17대 총선에서는 아예 한 명의 당선자도 배출하지 못하는 '기록'을 남겼다.
이처럼 연예인의 출마가 드물어진 가장 큰 원인은 정치판에 뛰어들었던 연예인들의 의정활약상이 그동안 별로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예계 출신 의원들의 성공사례를 찾기 힘들어지면서 그들에 대한 관심과 기대도 차츰 시들해진 것.
허행량 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연예인의 대중성이나 인지도가 꼭 당선까지 연결되지는 못하며 인기 연예인이라 해도 그가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를 무조건 지지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여러 조사결과 밝혀졌다고 부진배경을 설명했다.
선거 때마다 각 당이 경쟁적으로 운영해오던 연예인 지원단을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는 것도 이번 총선의 특징으로 꼽힌다. 예전에는 각 당이 연예인들을 앞세워 표몰이에 나섬으로써 상당한 효과를 거두기도 했으나 이번에는 이런 움직임을 발견하기 힘들었다는 얘기다.
연예인의 참여가 이처럼 저조한 가장 큰 이유는 선거운동의 유형이 근본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는 확성기를 동원한 대중유세가 곳곳에서 펼쳐지며 세몰이에 힘을 실었으나 정당연설회와 합동연설회가 폐지된 이번 총선에서는 이런 기회가 애초부터 아예 봉쇄됐다. 따라서 연예인의 효용가치는 자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번 총선에서 선거운동의 전면에 직접 나섰던 연예인은 영화배우 명계남씨와 문성근씨 정도를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정치적 돌출발언이 일부 언론에 의해 쟁점화하면서 오히려 소속 정당인 열린우리당에 감표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바람에 끝내 탈당까지 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대신 연예인들은 특정정당을 지지하거나 탄핵반대집회에 나서는 등 간접적인 참여로 만족해야 했다. 영화인 226명이 민주노동당 지지선언을 하고 배우 문소리씨가 TV광고에 출연한 것이 그 예이다. 탤런트 권해효와 가수 신해철 등은 탄핵정국이 전개되면서 촛불집회와 총선연대활동에 뛰어들어 국회 물갈이 운동을 주도했다.(서울=연합뉴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