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령에 가면...

낮 기온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

답답한 도심의 울타리를 벗어나 자연속으로 달려가고픈 마음이 누구에게나 꿀떡같다.

눈이 즐거운 여행도 좋지만 생각하는 여행은 어떨까. 역사의 베일에 깊숙이 감춰진 대가야의 도읍지 고령은 이런 여행에는 적격이다.

이제까지 대가야를 그저 신라의 그림자에 가려진 소국(小國)으로 생각했다면 반드시 한번 가보자. 그들이 남긴 섬세한 유적.유물에서 화려한 대가야의 문화를 읽어낸다면 생각이 확 달라질게다.

대규모 딸기.메론밭도 있어 봄의 싱싱함도 맛볼 수 있다.

◆고분관광로=농업기술센터~충혼탑~고령주산성~지산동 고분군~대가야왕릉전시관으로 이어지는 주산(해발 310m) 산책길. 30여분이 소요되는 이 산책길을 따라 가볍게 걷다보면 대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대략이나마 체험할 수 있다.

농업기술센터 옆에는 분홍빛 철쭉을 비롯해 온갖 울긋불긋한 꽃들이 등산객들을 맞는다.

6.25 전쟁 때 전사자들의 위패가 안치된 충혼탑을 지나면 바로 약수터다.

목을 축이고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선다.

체육공원을 지나면 삼림욕장이라는 푯말을 볼 수 있다.

그 푯말을 따라가면 시원하게 뻗은 소나무 군락을 만나게 된다.

이 곳에서 잠시 쉬면서 소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pytoncide)'를 가득 마시다보면 어느새 심신이 상쾌해진다.

다시 산책길을 따라가면 거대한 고분들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전시관까지 200여기의 크고작은 고분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가야국의 이름모를 왕족과 호족들의 공동묘지인 셈이다.

고분 속에는 진기한 보물과 유물이 가득했는데 도굴꾼들에 의해 모두 파헤쳐지고 그나마 남은 유물들이 지금 전시되고 있다고 한다.

고분 옆에 서면 아득히 고령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내리막을 따라 내려가면 산책길 끝에 대가야왕릉전시관이 있다.

특이한 돔형식의 전시관은 지산동 고분군 44호 고분을 복제.재현한 곳으로 내부에는 갑옷과 투구.금동관.금관을 비롯한 갖은 대가야 토기들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가야시대의 순장(殉裝-내세관에 따라 왕이나 귀족들이 죽으면 신하나 종들을 같이 매장한 일로 통일신라시대까지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 제도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다.

발굴 당시 22명에 해당하는 인골이 출토되어 순장제도의 잔인함에 잠시 소름이 돋는다.

왕릉전시관 옆에는 최근에 지어진 대가야박물관이 있다.

한 고분을 재현한 왕릉전시관과는 달리 박물관은 고령지역에 널리 퍼져 있는 대가야의 다양한 유물과 문화를 느낄 수 있다.

올 가을쯤 개관하게 되면 일반인들이 좀 더 쉽게 가야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을 듯싶다.

고령군은 이곳 외에도 인근에 대가야 역사테마파크를 조성하고 있다.

총 4만7천평 부지에 문화체험관.고대촌.전자영상관 등 체험 위주의 최신 시설을 도입해 관광객들을 끌어모을 계획이다.

고령 문화체육과. 054)950-6060.

◆대가야문화학교=팔만대장경을 비롯한 우리나라 목판 인쇄문화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체험장. 목판서화.한지공예.민요.도예.풍물 등 다양한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 아이들과 함께 나온 가족여행이라면 안성맞춤이다.

특히 한지공예와 목판제작을 직접 체험해본다면 주말여행치고 이만한 게 없을 듯싶다.

쌍림면의 한 폐교를 개조해 만든 고령문화학교는 전국적으로도 폐교활용의 모범사례로 꼽힐 만큼 알찬 프로그램을 자랑한다.

교실 한칸에는 차실을 마련해 가족끼리 옹기종기 둘러앉아 전통차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도 있다.

무료로 각종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 더욱 좋다.

아이들이 직접 새겨놓은 아기자기한 목판화들을 감상해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054)954-0080.

◆그 밖의 가볼만한 곳=반룡사(盤龍寺)와 양전동 암각화, 고천원(高天原)고지, 우륵기념탑 등도 고령에 발을 내디뎠다면 한번쯤 찾아가 볼만한 곳이다.

글.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가는길

1)88고속도로→고령 IC→33번 국도→당간지주에서 좌회전→청소년체육관→농업기술센터→주산 등산로(고분관광로)

2)고령 IC→1036 지방도→월막리마을회관→대가야문화학교

▲레저메모

고령 IC를 빠져나오면 유명한 '고령딸기'를 만날 수 있다.

도로 양편에 비닐하우스들이 도열해 있고 딸기직판장이 1㎞ 가량 펼쳐져 있다.

이곳에서 싱싱한 딸기를 바로 구입할 수 있다.

3㎏에 8천~1만5천원선.

또 성산 IC에서 50m 가량을 가다보면 대규모 멜론밭이 나온다.

이곳에서도 멜론을 직거래하고 있다.

일명 '개구리참외'라고도 불리는 멜론은 참외보다 당도가 높아 인기가 높다.

보통 이달부터 6월까지가 제철. 15㎏ 박스에 3만2천~3만5천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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